▲장씨의 편의점. 26.4㎡(8평) 남짓한 규모다.
김동환
"'영업조건' 설명된 정보공개서... 계약 2달 후에야 주더라"점포를 연 장씨가 가장 먼저 맞닥뜨린 것은 '폐기(폐기음식)의 공포' 였다. 삼각김밥 같은 음식들이 유통기한만 넘기면 모두 손실로 남았다. 장씨는 "초기에는 월 40~50만 원 어치씩 폐기가 나왔다"면서 "폐기가 나면 점주가 100% 부담해야 하던 시기라서 일주일에 한두 번 씩은 친정에 팔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처음에는 내가 왜 폐기 부담을 100% 져야하는지 몰랐어요. 말이 안 되잖아요. 이익은 35: 65로 나누는데 손실은 왜 나 혼자 책임지나. 본사 직원에게 물어보니까 정보공개서에 나와있다고 하더라고요. 나는 그런 걸 받은 적이 없는데."그는 "엉뚱하게 이 과정에서 자신이 회사에게 속았음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정보공개서는 가맹본부의 현황과 가맹점 사업자의 영업조건 및 제한 사항 등을 담아 놓은 설명서다. 현행법상 본부는 가맹계약 체결 14일 전까지 이 설명서를 가맹점주에게 제공해야 한다.
정보에 대해 열세인 가맹점주가 사업내용에 대해 몰라서 입는 피해를 줄이자는 의도로 정해 놓은 의무조항이다. 장씨는 "계약 2달 후인 2011년 10월에야 회사로부터 정보공개서가 들어있는 USB메모리를 건네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장씨의 항의를 받은 회사 측에서는 '5월 27일에 장씨가 정보공개서 제공확인란에 전자서명 동의를 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CU는 점주에 대한 정보공개서 제공과 제공 확인을 온라인으로 하거든요. 그때는 정보공개서가 뭔지도 모르니까 '정보공개서 클릭하고 드려도 되나요'라고 물어보길래 그냥 그러라고 했지요. 당연히 정보공개서 자체는 받는 적이 없지요. 그게 나중에 뒷말 없게 하려는 건지는 몰랐어요.""자살충동 심한 날에는 가게 유리문 잠그고 있기도"처음 시작한 편의점이었지만 장씨는 시간이 지나자 차츰 일도 손에 익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장사를 시작한 이후 오를 기미가 없는 점포 매출만은 도저히 답이 나오질 않았다. 돈이 없어 월세를 못 내게 되자 점포 임대인은 점포를 비워달라는 요구를 수시로 건네왔다.
이런 상황은 가족들과 장씨의 정서에도 직접적으로 작용했다. 그는 "밤에 혼자 점포에 있다 보면 죽고 싶은 충동이 너무 심해서 스스로를 제어하기 어려울 것 같은 날은 가게 유리문을 잠그고 있기도 했다"면서 "남편은 의사 소견으로도 밤에는 아예 혼자 근무를 맡기지 못할 정도가 됐다"고 설명했다.
손님 없는 점포에서 혼자서 오랜 시간을 보낸 후 내린 결론은 폐점이었다. 문제는 수천만 원에 이르는 위약금과 폐점 비용이었다. 장씨는 "2012년 1월부터는 본사 사무실 찾아다니면서 식구들 살리려다 다 죽게 생겼다고 방안을 달라고 울고 불며 사정했다"고 말했다.
몇 달 만에 사측이 내놓은 제안은 송도밀레니엄점포를 추가로 인수해보라는 것이었다. 몇 달간 장사를 통해 24시간 영업을 유지하려면 인건비 부담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장씨는 제안을 거부했다. 생계를 위해서는 돌파구가 필요하긴 하지만 24시간 편의점으로는 어차피 답이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우여곡절 끝에 장씨는 지난해 6월 인천의 한 대학교 안에 있는 편의점을 추가로 계약했다. 야간 근무는 없고 주말도 문을 닫을 수 있는 조건이었다. 이곳의 월 매출은 약 350만 원. 인건비 등 고정 비용을 제하면 장씨 몫으로는 매달 50만 원 정도가 떨어지지만 그는 "이 정도면 해볼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폐기손실을 줄이고 재고 관리만 잘 하면 100만 원 이상 벌 수 있다는 게 장씨의 판단이다.
장씨의 거듭된 항의로 송도 점포의 폐점도 현재는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회사측과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처음 회사가 제시했던 위약금은 3000만 원. 장씨는 "지금은 위약금 없이 1200만 원 상당의 폐점 비용만 물면 송도 점포를 폐점시켜 준다고 한다"고 말했다.
'어쨌든 돈은 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폐점 비용 물 돈이 없다고 하니 대학교 편의점 쪽으로 부채를 이전시켜 주겠다는 제안을 하더라"면서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