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가 냉동실에 쌓아놓고 먹는 편의점 폐기 음식들. 일단 얼려놓고 먹을 때 녹혀 먹는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씨는 "수익이 나지 않아 이런 식으로 1년 가까이 폐기음식을 먹어왔다"고 말했다.
김동환
박씨가 편의점을 시작한 것은 약 20개월 전. 화훼업을 하던 중 직종 전환을 고민하던 박씨에게 매월 500만 원 수준의 고수익을 보장해준다는 편의점은 매우 매력적인 사업이었다. 그는 코리아세븐 측의 사업설명회를 들은 후 편의점을 차리기로 결심했다.
"편의점 사업설명회에 가면 '장사가 안 되도 본사에서 몇 년 동안은 매달 300만 원에서 500만 원을 보장이 된다.' 그렇게 말을 해. 롯데는 대기업이잖아. 그러니까 온 놈들이 다 혹하는 거야. 이 어려운 때에 그런 제안에 눈깔 안 돌아가는 놈이 어딨어."그렇게 박씨는 담당 영업직원이 추천하는 자리에 편의점을 냈다. 점포에서 발생하는 이익 중 35%는 프랜차이즈 업체가 가져가고 나머지 65%를 박씨가 갖는 조건이었다. 일 매출은 평균 30만 원에서 40만 원 사이. 박씨는 소박하게 300만 원을 꿈꾸며 월말을 기다렸다.
그러나 '월수입 300만 원'의 기대는 첫 달부터 깨졌다. 정산 받은 돈에서 전기세·매장 임대료 등을 제하니 남는 돈이 없었던 것. 박씨는 즉각 회사 측에 "이익금이 없다"고 말했지만 점포를 담당하는 영업사원은 '그건 저희가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그는 "'사기당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계약서를 살펴보니 월 300만 원 이상 최저 수익을 보장하는 직접적인 문구는 없었다"고 말했다. 황당했지만 5000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에 이르는 점포 해지 위약금 조항 때문에 그만 둘 생각은 아예 할 수 없었다.
"20개월 만에 1억 손해... 그만 두게만 해달라"그때부터 박씨 가족의 '지옥'은 시작됐다. 임대료·전기세만 빼도 이미 적자인 마당에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쓸 수는 없었다. 박씨는 24시간 영업을 지키기 위해 점포 계산대 옆에 간이 침대를 만들었다. 종일 편의점 안에서 먹고 자고 일하며 몇 개월이 지났지만 점포 매출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간 변한 거라곤 박씨가 신경쇠약을 얻었다는 사실 뿐이었다.
올해 최저임금인 시간당 4860원으로 계산했을 때 24시간 일하는 그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할 경우 받는 월급은 30일 기준 349만9200원. 그러나 '사장님'에게 적용되는 셈법은 달랐다. 월 수익이 안 남는 수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돈을 가져다 넣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점포 내에서 유통기한 내에 안 팔린 물건에 대해서는 박씨가 배상을 해야하기 때문.
박씨는 "푸드(삼각김밥·유음료 등)는 유통기한이 지나면 85%를 내가 물어야 한다"며 "상온식품도 손실이 3개월에 16만5000원이 넘어가면 내가 부담한다"고 토로했다. 점포 내 이익은 35-65로 가져가면서 손실에 대해서는 15-85의 비율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그는 "하루짜리 유통기한의 삼각김밥 폐기 비용으로 수십만 원을 쓴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매달 적자였지만 사측은 꼬박꼬박 유지비 및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떼어갔다. 박씨는 "냉장고 등 점포 내 시설 관리를 '롯데기공'에서 매달 관리유지비로 5만 원 넘게 가져간다"며 "점포를 폐점할 경우 냉장고를 우리가 받는 것도 아닌데 왜 우리가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매달 적자로 세금 낼 게 없는데 '세무대행 수수료'라고 해서 매달 7만 원 넘게 떼어간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