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사진락바네 가족과 헤어지면서...
신한범
트레킹 기간 동안 로지에서 숙박을 하고 난 후 마무리는 항상 "계산"이었습니다. 출발 전 포터가 계산서를 가져 옵니다. 계산서를 확인하고 비용을 정산하고 출발하는 것이 매일 아침 일상입니다. 오늘은 계산서도 요금도 묻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조금 넉넉한 용돈을 주었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트레킹에서 랑탕 히말라야의 아름다운 풍광보다 어젯밤 인연이 소중합니다. 사물보다 아름다운 것은 사람이겠지요. 하룻밤의 인연인데도 저도 아주머니 가족도 모두 아쉬운 마음입니다.
오늘은 쿠툼상(2410m)을 출발하여 이번 트레킹의 마지막 숙박지인 치소파니(2215m)까지 갈 것입니다. 아랫마을 굴반장(2130m)에 학교가 보입니다. 마을 규모는 크지 않지만 학교 때문에 주변 지역의 중심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윗마을과 아랫마을에서 등교하는 모습이 옛날 제 고향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교복을 단정히 입은 학생, 지각임에도 여유를 가지고 걷는 학생, 머리에 무스를 발라 멋을 낸 학생 등 다양한 아이들 모습이 보입니다. 등교하는 학생 모두는 한 집안의 귀한 아들이자 희망이기에 부모와 아이들의 바람이 교육을 통해 성취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다랑이 논의 정경해발이 점점 낮아지면서 마을을 자주 만납니다. 마을 주위에는 히말라야 설산 대신 삶의 터전인 다랑이 논이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산 정상까지 까마득하게 걸려있는 손바닥 크기의 논과 밭에는 수백 년의 삶의 역사가 엉켜있습니다. 트레커인 저는 환상적인 다랑이 논에 감탄을 보내지만 주민들은 척박한 자연 환경을 극복한 인간 승리의 장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