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여섯번째로 열리는 '신안 튤립 축제'. 대파 파동으로 대체한 튤립이 지금은 임자도의 가장 큰 관광자원이 되었다. 올해 튤립 축제는 오는 28일까지 임자도 대광해수욕장 주변에서 열린다.
이주빈
4월 중순 임자도는 '신안 튤립축제' 준비가 한창이었다. 자연산 들깨가 많이 생산되어 임자도(荏子島)라 했다던가. 하지만 현재 임자도를 대표하는 것은 들깨가 아닌 튤립. 땅과 맺어가는 모든 관계는 이렇게 변해간다.
속 모르는 육지 사람들은 신안군이 네덜란드도 아닌데 튤립과 무슨 상관이냐고 의아해 할 것이다. 지금은 튤립이 한껏 멋을 뽐내는 땅에 예전엔 대파가 몽실몽실 자랐다. 하지만 대파 가격은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해마다 섬사람들을 울렸다. 대파에 기대살기엔 가격 변동이 너무 심했다. 대책이 시급했다.
한 전문가는 임자도의 기후와 토양이 네덜란드와 비슷하다며 튤립 재배를 권했다. 대파보다 판매가격도 세고 안정적이며 관광객은 덤으로 불러들일 수 있다고 했다. 주민들은 반신반의했다. 그리고 시험재배를 해보았다. 전문가의 조언은 틀리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한 튤립 축제가 올해 6회째를 맞았다. "오는 28일까지 임자도 대광해수욕장 주변은 튤립 천지"라며 주민들은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80여 품종의 300만 송이의 튤립이 너른 백사장을 끼고 만개한 풍경은 동화 같았다.
바쁜 목소리들을 뒤로한 채 이흑암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을 이름이 예사롭지 않다. 검은 바위 두 개가 있어 이흑암리란 설과 일찌감치 어두워져서 이흑암리란 설이 서로 살가운 다툼을 하고 있다. 땅의 마음(地心)도 변하는데 하물며 지명(地名)이야 어떻게 해석한들 무슨 상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