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5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보수의 아이콘인 박근혜 대통령이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선택하자 진보 쪽에서도, 보수 쪽에서도 이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여론이 모이고 있다. 미국도 북한과의 대화에 굉장히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에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인다.
지난 11일 남한이 대화를 제의한 뒤 북한의 첫 반응은 14일 나온 "교활한 술책" "빈 껍데기"라는 비난이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이같이 언급하자 청와대는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의 발표문을 통해 "대화 제의 거부는 유감"이라고 반응했다.
양측의 설전으로, 전쟁위기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나온 남한의 대화 제의가 허무하게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통일부는 15일 "11일 정부 발표 성명과 같이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와서 자신들이 제기하고자 하는 말을 충분히 하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대화의 장에 나오라는 제안을 거둬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까칠한' 반응에도 정부가 이 같은 입장을 지키는 것은, 북한에게서도 어느 정도의 태도 변화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쟁 위협 내용이 주를 이뤘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지난 14일 북한의 비난은 남한 당국의 대화 태도 변화 촉구에 방점이 찍혀있고 "앞으로 대화가 이뤄지는가 마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는 말로 마무리됐다. 북한으로서도 대화의 가능성을 남겨놓은 것이다.
무엇보다 남한의 대화 제의 뒤 북한의 '행동'이 '잠시 멈춤' 상태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대화 제의 이전까지 북한은 개성공단 노동자 철수·중거리 미사일 발사 준비 등을 숨가쁘게 진행해왔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추대일인 11일과 북한의 최대명절인 김일성 주석의 생일 15일 사이에 북한의 군사적인 행동 가능성이 점쳐졌다. 그러나 대화 제의 뒤 북한은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 준비' 상태로 두고 있다.
대화 기조에 보수쪽 반발 의식 "너무 오버해서 해석하지 말길"청와대의 14일 유감 표명도 그 강도가 강하지 않다는 점과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정부가 여전히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점을 같이 고려하면 이날 청와대 메시지는 북한이 아니라 남한 여론을 대상으로 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청와대에서는 북한과의 대화 노력이 '북한에 굴복한 것'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지난 11일 정부가 북한에 전격적으로 대화를 제의하고 나선 데 대해 당시 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화 제의를 언론이 너무 오버해서 해석하면 보수 진영에서 크게 반발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우려와는 달리, 박 대통령의 대화 제의는 보수 진영으로부터 별다른 반발을 사지 않았다. 소수 신문이 '북한은 대화로 문제를 풀 상태가 아니다'라는 논조의 기사와 사설을 내보내고 있지만, 아직은 보수성향 언론 중에서도 일부에만 해당한다.
오히려 납북자가족모임과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성향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대북 대화 제의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히며 당분간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하기도 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만류가 작용했고 일부 단체는 계속할 뜻을 굽히지 않고 있지만, 보수성향 시민단체가 남북대화에 지지를 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진보 쪽도 마찬가지다. 진보성향 언론들은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에서 여전히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들이 나오고 대통령과 국무총리·장관 등의 입에서 엇박자가 나오는 상황을 비판하긴 하지만, 정부의 대화 기조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진보성향 시민단체들도 대체로 비슷한 입장이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지난 13일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가 신중하게 대응해왔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 자신이 신중한 것과는 달리 관료들과 정부에는 아직 이명박 정부의 관성이 남아있어서 의식하지 못한 채로 북한을 자극하는 얘기들이 나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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