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갑이 쓴 <그 섬에 내가 있었네> 겉 표지
휴먼앤북스
지난 1월 제주로 연수를 다녀오면서 김영갑 갤러리에 처음 들렀습니다. 연수나 여행으로 제주에 갈 때마다 여러 사람에게 김영갑 갤러리를 추천받았건만, 그때마다 일정이 맞지 않아 미루었다가 올해엔 벌써 두 번이나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 다녀왔습니다.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을 처음 갔을 때, 그가 찍은 사진을 보고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경험하였습니다. 바람을 사진으로 찍을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눈으로 직접 보았기 때문입니다. 김영갑은 '바람을 사진에 담는 작가'입니다.
그의 사진을 처음 보고 가장 강렬했던 느낌은 사진에 '바람'이 담겨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주를 삼다도라 부르는 것은 바람과 돌과 여인이 많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돌과 여인을 사진에 담는 것이야 누구나 할 수 있는데, 작가 김영갑은 제주의 바람을 사진에 담았더군요.
1시간 남짓 갤러리 '두모악'을 둘러보다 김영갑의 삶과 사진에 매료되어 그가 유작으로 남긴 책 <그 섬에 내가 있었네>(휴먼앤북스 펴냄)를 샀습니다. 1월 처음 두모악을 다녀와 홀린 듯이 그가 남긴 책을 읽고 2월에 두 번째로 '두모악'을 다녀왔습니다.
이번엔 함께 연수에 참여한 일행들을 모두 이끌고 가면서 제주여행에서 빠뜨리면 안 되는 장소라고 강력하게 추천하였지요. 2월에는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을 가기 전날, 작가가 오랜 시간과 열정을 쏟았던 '용눈이오름'을 다녀왔습니다. '두모악'의 사진을 처음 본 일행들 대부분은 그의 사진에서, 특히 용눈이오름을 찍은 사진들에서 '시리도록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제주의 자연을 영혼에 새긴 작가<그 섬에 내가 있었네>는 제주의 자연을 영혼에 새긴 사진작가 김영갑의 작품일지와 같은 책이며, 루게릭병을 앓으면서도 갤러리 두모악을 만드는 데 혼신의 힘을 쏟으며 고통을 견딘 작가가 세상에 남긴 회고록 혹은 자서전과 같은 책입니다.
자기가 원하는 사진만을 찍으며 살았던 김영갑은 한쪽 어께에는 20kg이 넘는 사진장비를 메고 다녔고, 또 다른 어께에는 늘 가난과 궁핍한 생활을 메고 다녔다고 합니다. 끼니를 때우지 못하는 괴로움을 견디며 작업하고 버스비를 아껴가며 촬영을 다녔다고 합니다.
"우유 한 잔 마실 여유는 없지만 필름과 인화지만큼은 늘 여유가 있어야 한다. 양식이 떨어지는 것은 덤덤하게 넘길 수 있어도 필름과 인화지가 떨어지면 두렵다. 끼니를 때우지 못하는 괴로움은 작업하며 견딜 수 있지만, 필름이 없어 작업을 못하는 서글픔만은 참지 못한다." (본문 중에서)
돈이 되는 사진 대신에 자신이 찍고 싶은 사진을 찍으며 살았기 때문에 늘 궁핍한 생활을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지요. 없으면 굶고 라면마저 여의치 않으면 냉수 한 사발로 끼니를 대신하였다는 것입니다.
거처를 구하는 것조차도 늘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신원이 확실치 않은' 외지 사람이었으니 방을 빌리는 것이 쉽지 않았고, 새벽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촬영을 다닌 탓에 간첩으로 몰린 일도 있고 경찰서 대공과 형사들에게 가택 수색을 당하기도 하였다는 것입니다. 카메라를 들고 오지 마을을 어슬렁거리다가 지서로 끌려가는 일도 더러 있었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