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노동ㆍ농민ㆍ여성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노인빈곤해소와 기초노령연금 인상을 위한 운동본부(준)'를 발족하고 기초노령연금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의 20대-40대 세대는 보험료 납부기간이 많이 남아있어 상당수의 사람은 20년 이상을 채울 것이다. 30년 이상 납부할 사람은 많지 않아서 박근혜안대로 하면 현재의 젊은 세대는 현재 가치로 6만 원에서 8만 원 정도만 추가적으로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안이 도입되면 젊은 세대는 상당한 불이익을 받으며 실질적으로는 연금이 삭감되는 것이다. 그 이유를 보자.
현행 기초노령연금법에는 2008년부터 국민연금 평균소득자의 5%(현재 가치로 대략 10만원)에서 시작하여 2028년에는 평균소득자의 10%(현재 가치로 20만 원)를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앞으로 15년 뒤인 2028년부터 기초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 현재 50세 이하 청장년층은 박근혜안이 도입되지 않으면 현재 가치로 20만 원이 되는 돈을 65세부터 받게 된다.
그런데 박근혜안이 시행되면 젊은세대는 현재 가치로 20만 원을 받는 게 아니라 가입기간에 따라 4만~8만 원이 추가된 14만 원에서 18만 원을 받게 된다. 즉 6만~2만 원을 매달 적게 받는 불이익을 받는다. 매달 4만 원을 적게 받으면 1년이면 48만 원, 10년이면 480만 원이 된다. 65세부터 20년을 더 산다면 현재가치로 960만 원을 손해보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현재의 50세 이하 청장년층 내부에서도 구조적 차별이 발생한다. 가입기간이 긴 사람은 대부분 노동시장 상층부에 위치한 고소득자들이다. 반대로 가입기간이 짧은 사람은 노동시장 하층에 위치한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근로자 등 저소득층과 여성들이다. 가령 정규직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90%가 넘지만 비정규직의 가입률은 34%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 등의 저소득층은 고소득층에 비해 기초연금을 적게 받게 된다.
직장 다니는 기간이 짧은 여성근로자도 상당한 불이익을 받게 된다. 2012년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을 20년 이상 납부하여 완전노령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 중 남성은 11만 명인 반면 여성은 9868명으로 남성의 10%에 불과하다. 이처럼 박근혜안은 일하는 여성에게 불이익과 차별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이는데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직장을 갖지 않아 국민연금을 하나도 납부하지 않은 여성이 65세가 되면 현재가치로 20만 원을 받는데 15년 동안 일을 하면서 보험료를 납부한 한 여성은 15만 원만 추가적으로 주는 연금제도가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현행 국민연금제도는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상대적으로 상당히 많은 연금을 받게되어 있고, 가입기간이 길수록 연금을 많이 받기 때문에 박근혜안대로 제도가 바뀌어도 저소득 젊은층이나 여성들이 낸 보험료 보다 연금을 적게 가져가는 '원론적인' 의미의 손해는 발생하지 않으며 여전히 고소득층보다 더 유리하게 연금을 받는다(이 부분은 복잡한 설명이 필요하므로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한다). 이것이 저소득층에게 매우 유리하게 설계된 국민연금제도의 장점이기도 하다.
문제는 박근혜안이 2007년 국민연금법 개정당시 사회적으로 합의된 '2028년 이후 현재가치로 기초노령연금 20만원(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의 10%) 보장'이라는 원칙을 붕괴시켰기 때문이다. 이것이 붕괴되면 2007년에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너무 삭감되어 연금이라 하기 민망한 수준의 국민연금을 보충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초노령연금의 도입 취지가 사라지고 그 피해를 젊은세대가 보기 때문이다. 박근혜안이 아무리 현세대 노인들에게 선물을 준 것이라 해도 젊은 세대, 그리고 이 중에서도 저소득층과 여성들이 불이익을 받는 것이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이대로 갈수는 없다. 고쳐야 한다.
불평하지 말고 요구하라 이 글을 읽은 젊은이들은 화가 날 것이다. 가뜩이나 젊은 세대의 연금이 깎여 온 판에 기초연금에서도 불이익을 받아 실질적으로는 연금이 삭감되니 말이다(세대간 연금 수혜의 불공평 문제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다룰 것이다). 또 탈퇴하자는 얘기가 나올 판이다.
하지만, 누차 얘기하지만 국민연금은 개혁의 대상이지 파괴의 대상은 아니다. 국민연금마저 파괴되면 우리들의 노후를 책임져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국민연금이 아무리 안 좋아져도 저소득층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연금액이 돌아가도록 설계되어 있고, 연금의 물가연동이 적용되기 때문에 민간보험보다는 노후소득보장 기능이 뛰어나다.
현행 국민연금법과 기초노령연금법에 규정된 50% 소득대체율 (국민연금 40%, 기초연금 10%)을 방어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박근혜안은 상당수 노인들에게는 '행복연금'이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노후소득보장의 마지노선인 공적연금 소득대체율 50%를 실질적으로 무너트린 것인 동시에 2007년 연금개혁 시 사회적으로 합의한 원칙을 깨트린 것이다.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공평하지 못한 연금개편안에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청년들은 어디에 항의를 하고 어디를 움직여야 하는지 잘 찾아보자. 애꿎은 연금관리공단 직원들에게 화풀이 하지 말고 지역구 국회의원에 전화하거나 이메일을 보내라. 100통의 전화와 200통의 이메일이면 지역구 국회의원은 움직인다.
연금개편안은 어차피 관료와 전문가들의 손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불평만 하지 말고 요구해야 한다. 가장 빠른 길은 자신의 지역구 정치인을 움직이는 것이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전화하고 이메일 보내자. 불공평한 박근혜연금안을 철회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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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입니다. 관심 분야는 복지국가, 공적연금, 동아시아복지 등입니다. 시민단체에서 오랜 동안 복지운동을 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국민연금바로세우기 국민행동'(약칭 연금행동) 정책위원장을 맡아 국민연금개혁운동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 특히 연금에 대한 오해가 많아 시간되는데로 제 생각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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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표 행복연금, 국민연금 가입자만 손해다 전화 100통, 이메일 200통으로 연금안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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