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유니온 등 복지.노인단체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공약 등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복지공약 성실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른 논쟁의 소지는 노인들은 점점 많아지는데 젊은 인구가 줄어들어 후세대가 세금 납부를 집단적으로 거부하지는 않지만 부담할 능력이 없어 조금만 부담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현재의 20-40대 젊은이들이 노인이 되었을 때 연금을 적게 받는 경우이다. 여기서 연금개혁에 대한 결정적인 입장 차이가 나타난다. 2060년 경에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되면 미래에 경제활동을 하게 될 후세대들이 보험료와 세금을 걷어 노인들에게 연금을 주게되는데 이들의 부담이 감당이 불가능할 정도로 크냐는 것이다.
대부분의 언론과 학자들은 기금 고갈시 후세대의 부담이 너무 커서 재정적으로 감당이 불가능하니 후세대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후세대 부담을 줄이는 방법은 우리의 연금을 줄이거나 우리가 보험료를 더 내는 수밖에 없다. 즉, 지금보다 연금을 더 깎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후세대가 감당 못할 정도의 부담을 하게 된다는 후세대 부담의 과중함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객관적인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는 후세대 부담 총량이 적다고 본다.
지금처럼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출산율이 낮아지면 2050년에 우리나라 노인들은 전체 인구의 40%가 된다. 그런데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노인들에게 2050년에 지급해야 할 국민연금 총량은 GDP 대비 5.5%로 추정하고 있다. 기초노령연금을 20만원으로 인상하고 삼성 이건희 회장을 포함한 부자들까지 모두 포함하여 전체 노인인구에게 기초노령연금을 준다해도 GDP대비 4.3%로 추정된다. 즉,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지출액을 합해서 GDP의 10%가 안 된다. 이 정도면 후세대가 감당이 불가능할까? 이게 잘 감이 안 잡힌다면 다른 나라 사례를 좀 살펴보자.
유럽국가들은 2010년에 노인인구가 평균 15%일 때 연금으로 GDP의 11%를 지출했지만 나라가 망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오히려 굴곡은 있지만 인류가 지금까지 구축한 사회체제 중 가장 안정된 사회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연합 보고서에 의하면 2050년 유럽국가들의 노인인구는 평균 25% 정도가 되는데 이때 지출되는 연금총액은 GDP의 약 13%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재정 규모는 경제성장률과 생산성 증가를 감안할 때 부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유럽학자들의 주된 의견이다.
따라서 한국의 노인인구가 40%가 되는 2050년에 연금총액으로 GDP의 9.8%를 지출하면 후세대 부담이 과중하고 재정이 거덜난다는 주장은 매우 과장된 것이다. 앞으로 37년 뒤인 2050년에 가서야 우리나라는 노인인구 40%에게 유럽국가들이 2000년대 초반에 노인인구가 15% 일 때 지출한 수준의 연금을 쓰게 되는 것이다. 즉, 앞으로 약 40년 뒤에 우리 사회가 GDP의 10%를 연금으로 지출한다는 것은 우리 손자들에게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연금기금이 2060년에 고갈되면 연금을 못받게 되어 국민연금이 다단계 사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다른 글에서 필자가 썼듯이 기금이 고갈되어 연금을 못받을 것이라는 걱정은 하늘이 무너질까봐 동굴에서 살겠다고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생각이다.
(관련기사 : 기초노령연금 인상 논란? 악마는 다른 곳에 있다) 대부분의 복지국가는 적립금이 없지만 노인들에게 품위 있는 수준의 연금을 주고 있다. 가령 독일은 연금적립금이 하나 없이 노인에게 다 연금을 주고 있다. 2000년대 후반 독일 노인인구가 20.1%로 세계 3위였을 때 독일은 GDP의 11%되는 돈을 연금으로 지출했다. 이중 약 7.5%는 국민연금 보험료로 나머지 3.5%는 세금으로 충당하였다. 그래도 독일의 노인빈곤율은 10% 정도로 우리나라의 45%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 우리나라도 기금이 고갈되는 2060년을 전후하여 우리들의 손자세대들이 보험료와 조세로 우리들의 연금을 주면 된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그 부담이 크지 않고 충분히 감당할만한 수준이다.
관료와 국민들이 국민연금에 대해 진짜 걱정해야 할 일은 후세대 부담이나 재정파탄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출산율을 높이고 경제의 생산성을 높여 부를 더 창출할 것인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후세대 인구가 줄어들어도 생산이 높아지면 노인을 충분히 부양할 수 있다. 이것은 서구의 복지국가 역사가 보여주는 교훈이다. 현재의 생각으로 100년 뒤를 예측하는 것은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일이다.
지금부터 100년 전인 1913년을 생각해보자. 당시는 농업인구가 전체 인구의 90%를 넘었다. 하지만 지금은 농업인구가 10%도 안 되지만 쌀이 부족하지는 않다. 1912년에 조선시대 관료는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농업인구가 10%로 줄어들면 쌀 생산량이 줄어 백성들은 다 굶어죽을 것이다(!). 그 당시로는 애국심을 가진 관료의 합리적 추론이었겠지만 지금 보면 얼마나 황당한 이야기인가? 국민연금기금 고갈 걱정 그만하고 어떻게 하면 나라를 더 부강하게 만들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국민들의 정신건강에도 좋고 국민연금에도 좋다.
선진국 젊은이들은 바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