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성과 소나무. 아직 복원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성곽길을 걸을 수 있다.
이돈삼
참말로 밸시런 와보랑께박물관에서 나와 전라병영성지(사적 제397호)로 간다. 성지는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2㎞ 가량 떨어져 있다. 조선태종 17년(1417) 초대 병마절도사였던 마천목(1358∼1431) 장군이 왜구의 침략에 대비해 쌓았다. 고종 32년(1895) 갑오경장 때까지 제주도를 포함해 53주 6진을 총괄했다. 호남의 육군 최고 지휘부였다.
성의 규모도 대단했다. 성곽의 둘레가 1000m를 넘는다. 그 안에 옹성 12개, 포루 2개, 우물 9개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2층 누각의 남문과 동문, 북문도 있었다. 하지만 동학농민전쟁 때 불에 타 없어지고 성곽만 남았다. 현재 복원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네덜란드 사람 핸드릭 하멜(1630∼1692)도 이 성에서 노동을 했다. 무역을 위해 일본으로 가다가 제주에서 표류한 하멜은 선원들과 함께 압송됐다. 조선에서 13년 동안 살았는데, 그 가운데 절반이 넘는 7년을 보냈다.
하멜보고서는 표류기간의 노임을 자신의 직장이었던 동인도회사에 청구하기 위해 작성한 것이다. 여기에 당시 하멜 일행이 조선에서 체험한 일들이 생생히 기록돼 있다. 보고서가 출간되면서 동양의 작은 나라 조선이 유럽인들의 관심을 끌게 됐다. 하멜이 조선을 서양에 처음 소개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