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전우치>의 임금(가운데, 안용준 분).
KBS
KBS <전우치>는, 주인공 전우치가 실존인물이라는 점만 빼면 거의 다 창작의 산물이다. 유몽인의 <어우야담>이나 이덕무의 <청장관전서>에 기록된 전우치의 삶과는 무관한 드라마다.
이 드라마에서 그나마 실제 사실과 가까운 것은 젊은 임금의 강제 이혼에 관한 이야기다. 임금과 왕비는 보수파의 협박 속에서 억지로 이혼했다. 왕비의 아버지가 보수파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던 임금 부부는 이따금 보수파의 눈을 피해 몰래 만나곤 했다.
드라마 속의 왕은 연산군이 폐위된 뒤 19세의 나이에 신하들의 추대로 왕이 됐다.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 왕은 조선 제11대 주상인 중종(재위 1506~1544년)뿐이다. 드라마 속 왕의 이름은 '이거'이고 중종의 이름은 '이역'이지만, 이 점은 중요하지 않다. 위의 조건을 구비하는 왕은 중종뿐이며, 무엇보다도 전우치가 살던 시대의 임금이 중종이었다.
중종과 억지로 이혼한 여성은 신씨다. 신씨의 아버지인 신수근은 폐위된 연산군의 매부다. 연산군을 몰아내고 중종을 옹립한 중종반정(이하 '반정')의 주역들은 거사 전에 신수근에게 동참을 요청했다. 하지만 신수근은 제안을 거절했다. 이 때문에 반정 주역들은 거사 직후에 중종과 신씨의 이혼을 요구했다. 연산군을 지지한 사람의 딸을 왕비로 모실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신씨는 왕후에 책봉되지도 못한 상태에서 남편과 헤어져야 했다. 그가 단경왕후로 추증된 것은 먼 훗날인 1739년의 일이다.
강제로 이혼당한 신씨는 남편과 소통할 길이 전혀 없었다. 반정 주역들의 세상이 됐기 때문에, 그들의 미움을 산 신씨는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신씨는 남편이 자기를 잊어버릴까봐 노심초사했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서울 인왕산 동편의 치마바위다.
전우치가 살던 시대의 임금 중종, 강제 이혼당한 신씨와 애틋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