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셜커머스에선 정가 6만9천 원짜리 '대상 청정원 3호 선물세트'를 58% 할인한다고 표시했지만 실제 대상 웹카탈로그에 표시된 정가는 4만6천 원이었다
김시연
그렇다고 선물세트 정가를 100% 신뢰할 수도 없다. '과대 포장' 논란을 빚어온 화려한 포장비가 추가되는 것은 물론 구성 제품 가격 역시 시중 판매가보다 비싼 권장소비자가격 등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정가 4만8800원으로 책정된 'CJ 특선 3호' 가격을 분석해 봤다. 카놀라유 500ml 2개, 스팸클래식 200g짜리 2개, 진한참기름 80ml짜리 1개, 워터튜나 150g짜리 2개, 팬솔트 200g짜리 1개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마트몰, 옥션 등 인터넷 쇼핑몰 개별 판매 가격을 합해보니 모두 2만7650원에 불과했다. 시중에서 따로 살 때보다 2만 원 정도 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
정작 CJ제일제당 직영 쇼핑몰인 'CJ온마트'에선 같은 제품을 3만1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티몬에선 정가를 기준으로 41% 할인해 2만8800원에 팔고 있었지만, 직영 판매가에 비하면 할인율은 고작 7% 정도이고 개별 제품 시중 판매 가격을 원가로 본다면 거의 제값에 사는 셈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선물세트 정가는 백화점, 편의점, 대형마트 등 다양한 유통채널 가운데 가장 비싼 판매가를 기준으로 한 일종의 가이드라인 개념"이라면서 "직영 판매가는 대형마트 판매가에 맞춘 것으로 개별 제품 판매가 대비 3~4천 원 정도 차이나는 건 인건비와 포장비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정가에 판매하는 유통업체가 있는지와 선물세트 가격 책정 기준이 되는 개별 제품 권장소비자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나마 이렇게 가격차이라도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상당수 선물세트에는 시중에서 거의 판매하지 않는 소량 제품들로 채워 가격 비교 자체가 불가능했다.
정가 2만9천원인 '아모레 고운 1호'의 경우 200ml짜리 샴푸 2개와 린스 1개, 90g짜리 치약 6개로 구성돼 있는데 온라인상에서 단독 제품으로 판매되지 않고 있었다. 다만 한 대형마트 인터넷몰에서 100g짜리 치약 8개 묶음이 5750원에, 같은 종류 샴푸 550ml 용량 제품이 4천 원 정도에 판매되는 걸 볼 때 시중가가 1만 원을 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선물세트 정가는 '눈속임'... 높은 할인율로 '과대 포장' 마침 한국소비자원은 6일 명절 선물세트 온-오프라인 매장 판매가격이 평균 42% 정도 차이가 났다고 발표했다. 일부 제품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판매가격이 오픈마켓 최저가보다 최대 2배 이상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선물세트 정가란 이처럼 유통채널별로 천차만별인 판매가를 감추는 동시에 높은 할인율을 내세워 판매량을 높이려는 일종의 눈속임인 셈이다. 실제 상당수 제조업체들은 백화점, 대형마트용 제품과 온라인 판매용 제품을 따로 만들어 가격 비교 자체를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주력 제품은 온라인엔 거의 안 들어간다"면서 "온라인 판매 가격이 낮은 것도 주력 선물세트가 완판된 상태에서 비주력세트를 재고처리용으로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결국 온-오프라인 가격을 단순 비교하는 게 무의미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비싼 제품을 남보다 싸게 사는 건 모든 소비자들의 로망이다. '반값'을 앞세운 소셜커머스가 오픈마켓 틈바구니에서 급속히 확산되는 이유다. 하지만 이렇듯 거품이 잔뜩 낀 명절 선물세트를 높은 할인율을 미끼로 판매하는 건 소셜커머스의 신뢰만 떨어뜨릴 뿐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오마이뉴스에서 인포그래픽 뉴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공유하기
설 선물세트 80% 할인? 원가 따져보니 '제값'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