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만 취해서 오면 부부 관계 요구하는 남편. 정말 싫습니다.
유사한 최근 사례도 많습니다. 모두 남편의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몇 가지만 소개합니다.
[사례 2] 40대 남성 C씨는 아내에게 성병을 전염시켰다. 아내 D씨는 성병이 나을 때까지 성관계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자 C씨는 성관계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D씨의 얼굴을 심하게 때려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법원은 D씨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고, 성병을 옮기고도 적반하장격으로 성관계를 요구한 C씨에게 위자료 1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례 3] 남성 E씨는 60대에 들어선 후에도 하루에 2회 이상 성관계를 원할 정도로 성욕이 왕성하였다. 하지만 아내 F씨는 갱년기를 맞은 후 성욕이 감퇴하고 성기능이 약화되었고 게다가 통증까지 심해서 잠자리를 거부하는 일이 늘어갔다. 두 사람은 서로 고통을 호소하며 이혼소송을 냈다. 법원은 "서로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치료 등을 통해 성관계회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이혼판결을 내렸다. [사례 4] 50대 남성 G씨는 자신의 성적 능력이 떨어진다고 여겨지자 성인용품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H씨에게 수면제나 흥분제를 먹이고 다양한 성인용품을 이용하여 성관계를 시도했다. H씨는 수치심과 고통을 느껴서 거절의 뜻을 수차례 밝혔으나 G씨의 요구는 그치지 않았다. 법원은 이혼법정을 찾은 H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G씨가 비정상적인 성행위를 반복하면서 이를 중지할 것을 호소하는 아내의 요구를 묵살하고, 심지어는 수면제 등을 먹이면서까지 관계를 강요했다"며 "이는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G씨는 이혼을 당하면서 위자료(1,500만원)까지 지급해야 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부부는 동거하면서 성생활을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유 없이 성관계를 거절하는 것은 때로는 상대방을 유기하거나 부당하게 대우하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성생활은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무언의 약속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렇지만 부부라고 해서 언제 어디서나 상대에게 성관계를 강요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서로 합의하고 동의를 구해야 합니다. 이른바 '성적 자기결정권'은 부부 사이에서도 인정됩니다.
"부부 사이에도 성적 자기결정권 있다"2009년 법원은 부부사이에도 강간이 성립된다는 최초의 판결(부산지법 2008고합808 판결)을 내립니다. 그전까지 대법원은 실질적인 부부관계가 인정될 수 없는 명목상 부부 사이에서만 강간이 인정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는 남편의 성적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결혼했다고 해서) 처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포기하거나 권리가 상실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즉 배우자가 자신의 의사와 인격을 존중하리라는 기대와 신뢰가 있기 때문에 "처는 혼인으로 인하여 남편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를 일단 유보하거나 완화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그때 그때 서로 이해와 협력, 사랑과 존중을 토대로 성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일 성적 갈등이 생겼을 때는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해 상대를 굴복시키려는 시도는 용납될 수 없고, 대화와 설득을 통한 해법"이 사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도 여의치 않다면 이혼으로 갈라서는 차선책을 택하라는 것이 법원의 해결책이었습니다. 실제로 최근에 남편이 아내를 성폭행했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부부의 성은 대다수 부부에겐 한없는 즐거움이지만, 어느 한쪽만의 욕구충족의 수단이 되는 순간, 고통과 저주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남성과 달리, 여성들은 준비되지 않은 성관계나 성적 만족만을 얻으려는 남편의 일방적인 요구에 마음이 끌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여성들은 부부관계에서도 심리적인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성관계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거나 오히려 통증을 느끼는 여성들도 적지 않기 때문에 남편이 세심하게 배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툼과 상처에서 벗어나 행복한 부부로 사는 법'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럴거면 나랑 왜 결혼했어>(이수경 지음, 라이온북스 펴냄)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성적 불만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6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스킨쉽을 자주 하라2. 정기적으로 섹스하라.3. 부부간에 만족감을 가장 높일 수 있는 체위를 개발하라4. 성문제 대화를 많이 하라.5. 일상생활의 리듬을 조절하라(흡연·음주·과도한 업무·출장 조절)6. 미리 예고하라(날짜를 정하라)어느 여성분은 제게 메일을 보내 "10년간 성관계를 하면서 좋은 줄을 모르겠다. 남편에게서 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느낄 수 없었다"고 한탄했습니다. 저를 비롯한 대한민국 남편들은 반성해야 합니다. 술에 취하면 성관계를 요구하는 최지숙씨 남편과 우리의 모습이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내의 몸과 마음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겠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남편을 성토하는 분위기가 되어 버렸습니다만, 성적 갈등의 주된 원인이 아내를 배려하거나 존중하지 못한 남편에게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군요.
몸과 마음이 합해지는 부부관계야말로 '축복'끝으로 최지숙씨를 비롯한 아내들에게도 부탁드립니다. 남성들을 성적 욕구만 채우려는, '밝히는 사람'으로 치부해서는 더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힘들겠지만, 자식들에게 쏟는 관심 중 일부만 남편에게 돌려보십시오. 잠자리 얘기를 어렵게 꺼냈는데 번번이 거절당하고 나서 좌절하는 남편의 심정도 가끔은 헤아려보십시오. 그러면 대다수 남편들은 존중과 배려로 보답할 것입니다. 만일 도저히 성적 만족을 느끼지 못하거나 고통이 따른다면 부부가 함께 적정한 치료와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합니다.
성생활이 부부에게 차지하는 비율이 높긴 하지만 살아갈수록 비중이 낮아지는 게 사실입니다. 제가 보기엔 다른 생활과 어떻게 결합하느냐도 관건입니다. 일상생활에서 부부가 소소한 즐거움을 함께 나누다 보면 성적 교감도 자연스러워지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운동이나 영화, 음악, 술을 마시거나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가까워지는 연습부터 하는 건 어떨까요. 부부가 지향하는 바가 같으면 몸과 마음을 합하는 성관계야말로 축복이리라 확신합니다.
배우자와 사랑을 나눌 몸과 마음의 준비가 되셨나요. 그렇다면 오랜만에 '뜨거운' 밤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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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세상과 소통하려는 법원공무원(각종 강의, 출간, 기고)
책<생활법률상식사전> <판결 vs 판결> 등/ 강의(인권위, 도서관, 구청, 도청, 대학에서 생활법률 정보인권 강의) / 방송 (KBS 라디오 경제로통일로 고정출연 등) /2009년, 2011년 올해의 뉴스게릴라. jundorap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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