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다른 환경 속에 살아온 두 남녀가 함께 사는 것도 어려운데, 상대의 가족들까지 얽히게 되니 결혼생활이 쉽지 않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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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남입니다. 명절 잘 보내셨는지요. 저도 왕복 2000리(800km) 거리에 있는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정확히는 아내의 고향이 아니라 제 고향이지요.
서명옥님의 사연을 보면서 명절 때만 되면 자기 부모를 두고 남편의 고향에 먼저 가야 하는 아내들의 심정을 헤아려 봅니다. 이른바 '시월드'는 여자에게 고통만 안겨주는 존재일까요.
남자가 결혼하면 효자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효자 남편과 사는 여자는 괴롭다고도 합니다. 이 속설들은 진실일까요. 이와 관련해 지난 2011년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하나 나왔습니다. 결혼정보업체 '가연'이 기혼남녀 200명을 대상으로 '결혼 후 가장 많이 변하는 배우자의 행동'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남편 중 절반 가량(51%)은 아내의 변한 행동으로 '잔소리가 늘어난다'를 꼽았습니다.
반면, 아내들의 대답은 달랐습니다. 무려 58%가 '남자들은 아내를 통해 부모에게 효도하려고 한다'고 답했습니다. 이 결과로 미루어 보아 여성들이 시부모를 모시거나 보살피는 일에 얼마나 부담을 느끼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많은 여성들은 효자 남편 자체를 힘들어 하는 게 아니라, 시부모에게 자기 부모처럼 효도를 하라고 요구하는 남편의 행동에 힘들어 한다고 보는 게 맞겠습니다.
가족은 만나면 반갑고 서로 힘이 돼야 하는데, 시집이나 처가 식구들과의 마찰로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이 의외로 많더군요. 수십 년간 다른 환경 속에 살아온 두 남녀가 함께 사는 것도 어려운데, 상대의 가족들까지 얽히게 되니 결혼생활이 쉽지 않나 봅니다.
아내와 시부모 갈등으로 이혼했다면, 누구 책임? 서명옥씨의 사연을 자세히 살펴봅시다. 여러분은 부부 갈등에 누가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보시나요.
① 결혼한 아들을 놓지 않으려는 시어머니② 올케를 무시하는 시누이들③ 시댁 식구들과 원만하게 지내지 못하는 아내 ④ 어머니와 아내 사이 갈등을 해결 못한 남편입장에 따라 다르겠으나, 법원은 비슷한 사례를 통해 '④남편'에게 책임이 가장 크다고 봤습니다.
[사례] 동갑내기 A씨(여성)와 B씨는 20대 초반에 눈이 맞았다. 하루라도 빨리 함께 살고 싶은 생각에 B씨가 군 복무 중에 결혼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둘은 결혼생활 계획을 놓고 난관에 부딪혔다. 특히 A씨는 "시부모와 함께 살 수 없으므로 분가를 해야 하고, 시부모들이 다른 결정을 한다면 따를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B씨 부모들은 격분해 결혼식에도 나타나지 않고 몇 년간 대면조차 거부했다. 이 때문에 A씨는 임신한 상태에서 혼자 결혼 준비를 도맡았다. 그후에도 A씨는 남편과 함께 여러 차례 시부모를 찾아갔으나 퇴짜를 맞았고 화해는 끝내 무산됐다. 그 과정에서 부부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급기야 B씨는 폭력을 사용하면서 집을 나가고 말았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책임이 있다며 맞소송을 냈다.법원은 시부모와의 분가를 고집한 A씨보다 아내와 부모 사이의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지 못한 남편 B씨의 책임이 더 크다고 봤습니다. 법원은 "혼인과정에서 부적절하게 처신해 시부모에게 상처를 주고 갈등과 불화를 심화시킨 A씨의 잘못이 적지는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혼인기간 내내 적절한 원칙과 처신을 밝히지 못한 채 우유부단하게 행동해 A씨에게 아픔을 주고, 폭행과 욕설, 나아가 가출로 혼인을 파탄에 이르게 한 B씨의 잘못이 보다 근본적이고 중대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A씨는 시부모와의 관계회복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한 흔적이 보였는데, B씨가 적극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 점도 파경의 원인이 됐다고 봤습니다.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A씨가 위자료와 양육비를 받아 아이를 키우는 것으로, 3년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시댁 처가 갈등도 이혼 사유 될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