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탑이 있는 곳으로 큰 찻길을 하나 건너면 기성씨가 그토록 돌아가고파 하는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이 있다.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흰 연기를 보며 기성씨는 무슨 생각을 할까.
장선애
그리고 2009년, 먹튀자본의 실체가 드러나고 2646명이라는 초유의 정리해고 숫자가 발표되면서 노동자들의 잇딴 죽음이 시작된다. 2005년에 쌍용차를 인수했던 중국 상하이차는 4년 동안 투자 없이 기술만 빼내고는 회계조작 등을 통해 모든 경영 부실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한 뒤 법정관리 신청을 했고, 우리 정부는 어이없게도 이를 받아들인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투쟁이 시작되고, 목숨을 건 86일 동안의 굴뚝농성, 파업과 정리해고, 계속되는 죽음, 경찰과 용역들의 진압, 노조원에 대한 회사 측의 수백억원 손해배상청구소송 같은 일련의 일들이 이어진다.
쌍용차는 2011년 다시 인도 마힌드라사에 인수돼 정상기업이 됐다. 마힌드라사는 먹튀자본인 상하이차와 마찬가지로 투자를 하지 않아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쌍용차의 생산과 판매대수는 금융위기 이전인 10만대를 넘어섰다.
딸 입학식에 꼭 가게 되기를2차 예산희망버스가 다녀오고 닷새가 흐른 25일 현재, 기성씨는 철탑 상공에서 67일째를 보내고 있고, 정치권은 쌍용차사태의 해결을 위해 국정조사 여부를 여전히 '논의'하고 있다.
"쌍용차는 이미 한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제가 됐습니다. 이제 더이상 갈등과 반목을 해서는 안됩니다. 반드시 치유돼야 하고, 그렇게 되리라고 믿습니다."전화기 속 기성씨의 목소리가 거센 바람소리에 묻혀 자꾸 멀어져 갔다.
며칠 풀렸던 날씨는 다시 영하 10도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서해바람이 불어오는 평택 철탑 고공농성장의 체감온도는 영하 20도 이하라고 했다.
기성씨의 첫 딸은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부인 전은숙씨는 "아이들이 요즘들어 아빠를 자꾸 찾는다"고 했다. 딸의 입학식장에서 기성씨가 가족들과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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