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인 권영국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이마트 사태에 대해 "신세계 그룹과 이마트는 이번 기회를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룹 회장의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우성
<오마이뉴스>의 집중 보도로 촉발된 '이마트 사태'가 사회적 의제로 떠오른 지 약 2주가 지났다. 그동안 이마트 내부 깊숙한 곳에서 일어났던 각종 불법·탈법 행위에 대해 수많은 보도가 터져나왔다. <오마이뉴스>는 이 시점에서 권영국 변호사와 함께 중간 점검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권 변호사는 <오마이뉴스>가 이마트 내부 자료를 처음 입수하고 취재할 때 하나하나 법률 자문을 구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이마트 사태를 잘 알고 있는 법률가다.
권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대기업에 의한 헌법 개무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이마트의 노사관리를 조선시대 사병에 비유했다. 노동자와 사용자가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 완전한 주-종 관계라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달력은 2013년 21세기를 가리키고 있지만 대기업 내부로 들어가면 봉건시대가 끝나지 않았다는 진단이다.
그는 다른 대형 유통업체나 대기업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측면에서 "이마트가 억울해 할 만도 하다"고 했다. 하지만 "억울해 할 것 없다"면서 오히려 "신세계 그룹과 이마트는 이번 기회를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슨 의미일까.
지금부터 2주간 정신없이 터져나온 이마트 사태를 권 변호사와 함께 중간 정리해보자. 인터뷰는 지난 25일 오후 서초동 권 변호사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이자 '이마트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권 변호사는 현재 이마트에 대한 고발장을 쓰고 있다.
"이마트, 조선시대 세도가가 사병을 기른 것과 뭐가 다른가"- 이마트 사태에 대해 한마디로 성격 규정을 한다면?"<오마이뉴스>가 처음 제시했던 기획 제목인 '헌법 위의 이마트' 표현이 가장 적절한 것 같다. 헌법이나 법률이 사업장 내로 들어가는 순간 아무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 보도된 사안이 많은데, 하나하나 법률적인 문제를 간략히 짚어보자. 우선 노조가 만들어지기 수년 전부터 노조를 만들 만한 소위 '위험 인물'을 찍어서 그 주변인물, 심지어 여자친구까지 감시한 일은 법률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가(관련기사 보기)."우선 노동조합 결성을 방해하기 위한 준비작업이므로 노조법 위반이다. 또 감시하는 과정에서 각종 사생활 침해가 발생한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도 적용된다. 접근 권한 없이 다른 홈페이지를 통하는 행위까지 했으므로 정보통신망법 위반이다."
-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직원들의 이메일을 가지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가입 여부를 확인했으므로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 같다(관련기사 보기). 이마트 구미점에서 민주노총에서 만든 작은 홍보 수첩이 발견됐다고 정말 난리가 난 일을 법률적으로 본다면?(관련기사 보기)"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상당한 지배개입과 불이익 취급으로서의 부당노동행위다."
- <전태일 평전>이 나왔다고 조치를 취한 일은 사상의 자유 문제와도 연결될 것 같다(관련기사 보기)."출판의 자유에 대한 정면 도전이고, 행복 추구권의 핵심인 일반적 행동의 자유 침해다. 또 사상의 자유 침해다. 내가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느냐는 스스로 판단할 문제다. 일개 사기업이 재단해서 문제 삼는 것은 지극히 오만이다. 정말 민주노총 수첩 사건이나 <전태일 평전> 사건을 보면, 헌법을 개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안중에도 없다. 사기업이 과연 국적을 가지고 있는지, 자신들이 어느 사회에 존재하는가 알고는 있는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오직 돈벌이만 하면 끝인가."
- 사원들을 KJ(가족)-MJ(문제)-KS(관심)-OL(여론주도) 사원으로 나누고, 또 MJ와 KS 사원들은 면담을 통해 A-B-C-D-S로 나누는 등 직원들을 분류해서 특별 관리한 것은?(관련기사 보기)"노동조합을 결성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므로 노조법 위반은 명확하다. 그런데 이렇게만 보면 너무 평면적이다. '계급'이라는 표현만 안 썼을 뿐이지 사실상 특수 계급을 만들어 차별했다. 사람을 나누고 차별하는 것, 헌법의 핵심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권에 정면으로 거스른 행위다."
- 그 외에도 직원들이 취업 사이트에 회사를 나쁘게 말하는 글을 올리는가 감시한다든지, 직원의 여자 친구가 외부 다른 노조에 가입되어 있음을 보고한다든지, 민주노총에서 시행하는 서명운동에 사원 이름이 있는지 조사한다든지, 일종의 직급 정년인 SOS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등 많은 사안들이 있다(관련기사 보기). 너무 많으니 넘어가고, 이건 짚어야 할 것 같다. 노조 설립에 대비해 일개 지점 차원을 넘어 전국적으로 노조 대응 조직을 구축했다. 실태파악조, 현장대응조, 면담조 뿐 아니라 미행조까지 구축했는데(관련기사 보기)."완전 사병 아닌가. 직원들을 미행조니 무슨 조니 팀을 만들고, 본부를 두어 전국적으로 관리하고… 조선 시대 세도가들이 사병을 길러서 사권력을 유지했던 것과 같다. 그때도 머슴들을 관리하는 중간 마름이 있었다. 적어도 신분제 타파가 근대 사회의 출발점인데, 이마트와 같은 재벌 대기업으로 들어가면 신분 사회로 돌아간 느낌이다."
이렇게 할 정도까지 노조가 싫었을까?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