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 행사장에서 차지철 경호실장 등과 함께 자료를 보고 있다. (왼쪽에서 2번째부터 차지철, 박정희, 이상열, 박종규씨)
연합뉴스
우리나라의 대통령 경호조직은 1949년 이승만 대통령 시절 청와대의 전신인 경무대에 경찰서를 설치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5·16 군사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박정희 대통령은 1963년 12월 14일 대통령경호실법을 제정·공포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 17일 대통령 경호실을 창설했다.
5·16 쿠데타에 참여했던 육사 8기 출신 홍종철 육군 준장이 군복을 벗고 초대 경호실장에 임명됐다. 2대 경호실장은 '피스톨 박'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던 박종규 예비역 대령이 맡아 1964년 5월부터 1974년 8월 15일 박정희 대통령 암살미수 사건이 일어날 때까지 무려 10년 3개월간 재임했다.
문세광 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박종규 실장의 뒤를 이었던 인물이 바로 차지철이다.
1961년 제 1공수특전단 중대장(대위)의 신분으로 군사쿠데타에 가담했던 차지철은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경호대 경호차장에 임명되었고, 박정희 정권의 출범과 함께 중령으로 전역, 공화당 국회의원을 지냈다. 1972년 10월 유신 선포이후 유신정우회 소속 국회의원으로 변신했던 그는 박종규 실장의 뒤를 이어 3대 경호실장을 맡게 된다.
박정희 정권의 독재가 심화될수록 경호실장의 권력도 막강해졌다. 차지철 경호실장은 박 대통령의 신임을 등에 업고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차 실장은 경호실 차장 밑에 행정차장보, 작전차장보 자리를 새로 만들어 현역 준장을 임명했다. 현역 소장 직위였던 경호실 차장직은 나중에 중장 자리가 되었다. 청와대 경비를 맡고 있던 수도경비사령부 30경비단과 33경비단은 대대급에서 여단급으로 격상됐다.
당시 차 실장의 위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1977년 이후 매주 금요일 오후 경복궁 연병장에서 열렸던 국기하강식이다. 이 행사에 차 실장은 고위 공직자들과 재벌 총수들을 불러 놓고 국기하강식과 사열을 받으며 자신의 위세를 과시했다. 그는 제2의 권력자로서 국회와 행정부, 군 인사 등을 좌지우지했으며, 백발이 성성한 장관의 정강이를 걷어차는 등 온갖 횡포를 일삼았다. 이러한 차지철의 월권과 전횡이 10·26의 주요한 원인이 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군사정권 시절에도 절대 권력자의 안전을 책임진 청와대 경호실장은 권부의 실세였다. 나아가 대통령의 권력유지 수단으로 변질된 경호실 권력은 곧잘 비리와 연결됐다. 장세동 경호실장은 전두환 대통령을 대리해 정치자금을 모금하다 구속됐고, 이현우 경호실장 역시 노태우 대통령의 비자금을 관리하다 구속됐다.
1993년 문민정부 이후 대통령 경호실 위상 변화강한 권력을 가지고 독재자를 보필하던 청와대 경호실장의 위상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3년 문민정부 출범 이후부터다. 군 출신이 경호실장을 독점하던 전통은 경호실에서 잔뼈가 굵은 민간 출신 박상범 실장(9대)이 맡으면서 깨졌다.
이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경호실장은 실질적으로 차관급으로 임명됐으며, 지난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는 아예 정부조직개편을 하면서 경호실을 대통령실 소속 기구로 축소시켜 '경호처'로 만들었다.
당시 정부조직 개편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박형준 의원은 "경호실 개편은 3공화국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은 조직체계를 글로벌 표준에 맞춘다는 의미가 있다"며 "필요하고 적절한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으로 원위치 시킨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실제 외국의 예를 보아도 아프리카·중동의 몇몇 국가나 북한 같이 군이 직접 최고권력자의 경호를 담당하는 나라들을 제외하고는 별도의 경호실 조직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드물고, 국가원수의 신변안전을 책임진 경호 책임자를 장관급으로 둔 경우는 거의 없다. 영국, 일본, 프랑스는 경찰이 국가원수와 총리의 경호를 맡고 있으며 독일은 내무부 연방범죄 수사국 경호안전과가 이를 담당한다.
전 세계적으로 대통령 경호실을 우리나라와 같은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국가는 미국 정도를 꼽을 수 있지만, 그 수장의 지위는 차관보급에 불과하다. 비밀검찰국(United States Secret Service, USSS)으로 불리는 미국 대통령 경호실은 본연의 대통령 경호 업무 외에도 위조지폐, 신용카드 범죄, 사이버 범죄 등에 대해서도 관할권을 갖고 있다.
미국 대통령 경호실은 당초 위조지폐 수사 기관에서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