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콩의 중앙신전, 전체적인 모습이 마치 불꽃이 타는 것 같다.
박찬운
이제 바콩으로 가보자. 이곳에서는 무엇에 주의하면서 관람을 해야 할까. 우선 사원의 구조를 보자. 김용옥 선생은 말하기를 바콩은 앙코르 지역의 모든 거대한 신전의 모델을 제공하였다고 한다. 찬찬히 이 구조를 앙코르 와트와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해자를 감싸는 최외벽이 존재한다. 그리고 해자를 넘어가면 중간벽이 있고, 그것을 지나 신도(神道)를 걷다 보면 신전의 내벽을 만난다.
이러한 구조는 두 곳의 신전이 규모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동일하다. 다만 바콩의 신도는 동쪽을 향해 난 반면, 앙코르 와트는 서쪽을 향해 난 것이 차이가 있다. 원래 동쪽은 생명의 탄생을, 서쪽은 죽음을 뜻함으로 통상의 신전은 동쪽으로 신도를 낸다. 이런 이유로 앙코르 와트는 그 신전의 주인이었던 수리야바르만 2세의 사후 신전으로 처음부터 설계되었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다음으로 사원으로 들어가는 길목의 양쪽에 자리 잡은 거대한 뱀상, 나가를 보자. 7개의 머리를 넘실거리면서 대지를 노려보고 있는 거대한 나가, 김용옥 선생은 그의 특유한 과장 어법으로 "그것은 내가 앙코르에서 경험한 최초의 경악이자 최대치의 숭고미였다. 임마누엘 칸트의 '판단력 비판'의 숭고를 뛰어넘는 숭고였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의 말이 없어도 이 나가를 보는 순간 우리는 입을 벌릴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거대하고 압도적이다. 그리고 그 세밀한 표현 방식을 표현할 말이 없다. 앙코르 지역의 사원에서 나가는 주로 신도에서 위용을 자랑한다. 아마도 불사의 사천왕과 같은 역할을 하는 모양이다. 다만 바콩의 나가는 땅바닥에 배를 깔고 있다는 사실이 다르다. 앙코르 와트의 나가는 난간 위에서 사원을 지키고 있다.
이어서 바콩의 중심인 시카라의 신전이다. 이 신전은 다섯 단의 기단 위에 다시 다섯 단으로 되어 있는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마치 불꽃이 타고 있는 모습이다. 이것의 모습은 후에 앙코르 와트에서 변형되고 규모에서 확장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앙코르 와트도 기본적으로는 최정상의 마지막 수미산을 향해 기단이 모아지고 좁아지면서 위로 올라가는 형상을 취하고 있는데 그 원시적 원형을 300년 전의 이 바콩 신전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