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러셀 자서전>(버트런드 러셀 저/송은경 역) 겉그림.
사회평론
나는 끊임없이 진리를 추구하는 열정이 학자에게 있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라 믿는다. 내가 특별히 존경하는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그의 나이 90이 넘어 쓴 자서전에서 자기 인생을 지배한 몇 가지 열정에 관해 썼다. 그 중 하나가 "진리에 대한 추구"(search for knowledge)였다.
그는 아주 어린 시절, 기억도 나지 않는 그 시절부터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이 왜 반짝이는지, 삼라만상의 이면에는 수의 원리가 있다고 말한 피타고라스의 말을 알고 싶었다"라고 했다. 나는 그의 이야기에서 큰 자극을 받는다. "세상만사 나도 알고 싶다."
여행은 무엇인가 본질적인 것을 알고자 하는 나에게 여러 가지 답을 준다. 여행에서 만나는 것들과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비교하고 또 비교하면 어떤 진리가 떠오른다. 그것은 내 앎의 소중한 원천으로서 작용한다. 그러니 나는 이렇게 말하고자 한다.
"나는 알고 싶다, 고로 여행한다."여민동락의 사회적 행위로서의 문명여행문명여행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하여 한 가지 더 말한다면, 그것은 내게 있어 사회적 행위로서의 의미가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여행 전후로 자료를 찾고, 여행 중에는 기록하고, 여행 후에는 정리하는 습관을 지니고 있다. 이 습관은 사실 꽤나 피곤한 일이다. 나도 가끔은 그저 놀고 싶은 때가 많다. 그런데도 나는 이 작업을 끊임없이 해왔다. 왜일까?
나로서는 이런 태도가 하나의 사회적 책무라 생각한다. 거창하게 이야기하면 맹자의 여민동락(與民同樂)의 생활 실천이다. 문명여행을 함에 한국의 지식인이 감당해야 하는 하나의 책무는 이것을 그저 유희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남과 나누기 위한 놀이로 인식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