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의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중 결투장면. 어두운 회색 지붕을 배경으로 중국의 문화대혁명 시기를 그렸다.
문성식 기자
배경은 바뀌었지만 인류 보편적 사랑을 담아내는 것에 변함은 없다. 18일 오후 프레스 리허설에서 선보인 전막공연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첫 만남, 발코니 사랑장면, 서로 엇갈린 죽음의 장면 등은 원전의 내용과 같은 형식이다. 배경이 중세 이탈리아의 베로나 광장이 아닌 중국의 1966년~1976년의 문화대혁명 시대라는 것에 따라 각 가문이 홍위병과 노동자 계급으로 대변된다는 것만 다르다.
고전이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오히려 요사이 국내 창작뮤지컬처럼 경쾌하고 밝다. 서로 연인을 향해 달려가는 장면, 시간의 흐름 등에는 인물들이 제자리에서 뛰는 방법으로 경쾌함을 주고, 연인을 떠올리며 대사하는 장면의 대사톤 또한 비장하거나 숙명적인 톤보다는 밝고 낭랑하다. 연인 장면에서는 무대 이쪽 저쪽 한구석에서 베짱이 악사처럼 악기를 연주하는 배우들도 재미있다.
실제로 연출의 티엔친신은 무거움보다는 자연스러움, 밝음을 추구하여 이번 공연을 연출하였다고 한다. 그녀는 "중국 대혁명의 10년 동안은 어른들에겐 고통스러운 시대였을지 몰라도 청소년들에겐 오히려 자유로운 시대이기도 했다. 나의 기억 속에 그 시대는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 회색 건물로 시작한다. 서로 편가르며 주먹다짐을 하기도 했던 그 시절, 극단적인 상황에서 순수한 사랑을 하지만 결국 파국을 맞이하는 모습이 내겐 청춘, 젊음의 초상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