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성인들이 팔고 사는 총기는 미성년자들을 가해자와 피해자로 만든다. 그래프가 보여주듯, 총기범죄는 10-20대 초반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일어난다.
미법무부자료
이번 총기사건으로 숨진 희생자 대부분은 열 살도 안 된 어린이들이었다. 이들에게 총을 겨눈 가해자 역시 총기를 합법적으로 살 수 없는 20세였다. 이번 초등학교 난사 사건만이 아니다. 미국의 총기사고 대부분이 10대에서 20대초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일어난다. 어른들의 무책임한 욕심이 젊은이들을 죽고 죽이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아무도 '총 쏘는 게 너무 좋아서'라거나, '총기협회 비위를 맞추려고'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자위권'이나 '시장주의'를 끌어들여 자신을 변명하고 합리화한다. 우리가 '경쟁력'을 핑계 삼아 자살하는 초등학생과 배달 오토바이를 몰다 목숨을 잃는 청소년들로부터 눈을 돌리듯 말이다. 어른의 헛된 만족감과 탐욕이 젊은이들을 고통과 죽음으로 몬다는 점에서는 미국과 한국이 같다.
미국사회에 부는 새로운 바람 총기 문제를 생각하면 암울하기 그지없지만, 미국사회에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국민 의료보험'만 이야기만 해도 '사회주의'를 떠올리고, '세금 인상' 말만 꺼내도 '빨갱이'라며 반발하던 미국사회에 근본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11월 대선 직후 '오바마의 성공(President Obama's Success)'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오바마의 당선은 레이건 이래로 미국을 지배해 온 보수 경제이데올로기와 이념정치의 종말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사설은 "미국인의 오바마 선택은 부유층 위주의 감세정책과 공포, 불관용, 거짓의 정치로부터 등을 돌렸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작은 정부'와 '탈규제'를 내세운 공화당 후보 롬니의 패배 원인도 지적했다. 국민들이 롬니를 선택하지 않은 것은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는 시장방임주의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미국을 뒤흔든 월스트리트 점령시위나 '1% 부유층 독점 반대 운동'에 힘입었음은 물론이다. 보수당 후보 롬니는 반대로 정부 기능과 공적 영역을 축소하고 민영화 확대 필요성을 역설했었다.
롬니의 비현실적이고 모호한 정책도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했다. 그는 재정적자를 해소하고 의료혜택을 늘린다면서도 '세금은 올리지 않겠다'고 거듭 약속했었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 유권자 60퍼센트가 부유층이나 국민 전체가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답했다.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공언하면서도 구체적인 방법은 내놓지 못하는 '뜬구름 잡기' 공약도 신뢰를 얻지 못했다.
<뉴욕타임스>가 인용한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인은 이민자와 동성결혼에 대해서도 훨씬 더 열린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1980년대 경제체제와 1950년대 냉전주의에 매몰되어 있던 미국사회가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진보, 사회적으로는 관용을 선택한 것이다.
당신의 무기를 포기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