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방송국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6일 대선 후보 3차 TV 토론은 이정희 후보가 갑작스럽게 사퇴함에 따라,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양자토론으로 진행되어 두 후보간 변별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박근혜 후보의 좌클릭 행보로 인해 두 후보간 공약에서 차이가 없는 듯 보였지만, 자유토론 비중이 높아져서 공약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번 3차 TV토론은 저출산·고령화 대책, 여성, 교육, 범죄 예방 등을 주제로 진행됐기 때문에, '준비된 여성대통령'을 주요 슬로건으로 내세웠던 박근혜 후보의 강점이 부각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3차 토론에서 보여준 박근혜 후보의 여성에 대한 식견이라는 것은 기대 이하였다. 그 중 박근혜 후보의 헛발질의 백미를 뽑자면 뭐니뭐니해도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경찰 조사가 여성의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발언이었다.
국정원 여직원 인권침해만 걱정? 박근혜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게 국정원 여직원을 2박 3일 동안 감금하면서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한 것이 여성에 대한 인권침해가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 질문을 듣는 순간, '여성'이나 '인권'이라는 말이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정원 여직원은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다는 작업을 했다는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선거법 위반인 동시에, 국정원에서 여론 조작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그것만으로도 큰 사회적 문제가 야기될 수 있는 사안이다. 뿐만 아니라 국정원 여직원은 출동한 경찰의 조사 요구에 불응하여 스스로 문을 걸어 잠그고 대치하고 있었다. 감금한게 아니라 스스로 잠금 상태를 유지했다고 보는 것이 사실에 맞는 내용이다.
만약 그 국정원 여직원이 정말로 떳떳했다면 바로 경찰 조사에 응하면 되는데, 2박 3일이나 문을 걸어 잠그고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국정원 직원이 일개 경찰을 무서워해서 피하지는 않았을텐데 말이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는 이 문제의 본질을 이야기하지 않고 이를 단순히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인권침해', '여성에 대한 인권침해'로 만들어버렸다. '여성'이라면 아무리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다고 해도 다 용인될 수 있다는 것이 '준비된 여성대통령' 박근혜식 여성관인지 묻고 싶다.
그렇게 '여성'의 일이라면 뭐든지 발 벗고 나서 걱정하시는 분이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한 김소연 후보가 지난 15일 청와대 앞 유세 도중에 경찰로부터 폭행당한 사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본인과 마찬가지로 여성 대통령 후보가 선거운동 도중에 경찰에게 폭행당해서 눈 부위가 골절당하는 부상을 입은 것에 대해서 박 후보는 왜 한마디도 없는지 의아하다. 국정원 여직원의 인권침해까지 걱정하는 박근혜 후보가 도의적으로 여성의 인권침해에 대한 논평이라도 내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가?
멀리 갈 것도 없다. 지난해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희망버스의 주인공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인권에 대해서 박근혜 후보가 무슨 언급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김 지도위원은 여성의 몸으로 309일 동안 크레인농성을 벌였다. 농성이 장기화되자 경찰이 밥과 물, 전기 같은 생필품을 끊어서 국제인권단체로부터 비난성명이 쏟아지는 등 국제적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