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의 교사 채용권의 일부라도 국가가 관여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sxc
김미화씨가 마지막으로 이번 사건과 관련한 소감을 물었을 때 나는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교사 채용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런 교직매매업체가 십여 년간 예비교사들을 상대로 돈을 갈취해올 수 있었던 건 모두가 불공정한 교사 채용 방식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특히 교사 채용 비리가 만연한 곳은 사립학교다. 비리가 끊이지 않는데도 사립학교 학교법인이 교사 채용권을 갖고 있는 게 근본적 문제라 판단된다. 사립학교도 공교육 기관과 다름 없고, 국가에서 교사에게 월급을 주는 데도 학교법인은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다. 인사권을 투명하게 행사하는 사립학교도 분명 존재하지만, 그렇지 않은 학교들도 적지 않은 게 한국 교육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사립학교의 정교사 채용권을 국가가 담당하거나 적어도 일부 관여하게 하는 것이다. 예전 순위고사처럼 공·사립 통합 임용고사를 실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무시할 수 없다면 적어도 필기시험 정도는 교육청별로 실시하는 것도 차선책이다.
또 임용고사와 무관한 기간제교사의 경우에는 교육청별로 아예 최종 선발하는 게 가장 좋다고 여겨진다. 사립학교의 자율성이 침해당할 우려가 있다면 적어도 필기시험만큼은 교육청별로 실시하는 게 현실적일 것이다.
투명한 교사 채용은 바른 교육의 첫걸음너무도 좁은 교직의 문. 또 돈과 인맥에 의한 뒷거래가 더 이상 놀라운 소식이 아닌 사립 정교사와 기간제교사 자리들. 일자리를 놓고 뒷거래가 오가는 것은 어느 분야에서나 문제가 된다. 하지만 교육 영역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다른 분야에서보다 그 악영향이 훨씬 심각하다. 교사는 학생을 만나고 지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교육사회학자들은 학생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표면적 교육 과정이 아닌 잠재적 교육 과정이라 입을 모은다. 교과서 속 이야기보다 학교에 떠도는 공기 속에서 학생들은 더 많은 것을 배운다는 뜻이다. '닮고 싶은 어른'의 모습이어야 할 교사가 돈과 인맥을 통해 불공정한 방법으로 그 자리에 서 있음을 알게 될 때 학생들이 배우는 것은 무엇일까. 적어도 정의·공정·진실·투명 등과는 거리가 멀 것이다.
10년 전 당선된 대통령은 당선된 즉시 수많은 사학들의 반발 속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한 바 있다. 미흡함이 많았지만 당시의 개정 흐름 속에서 2005년 사립학교 교사 채용과 관련해 인사위원회가 감시·감독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만약 연속성 있게 사립학교법 개정의 흐름이 이어졌다면 사립학교 교사 채용은 보다 투명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몇 년 동안 사립학교법은 되레 후퇴했다.
감히 바란다. 다음 정부에서는 부디 사립학교법을 제대로 바로잡을 수 있기를 말이다. 이를 통해 사립학교 정교사 및 기간제교사 채용 방식이 보다 투명해지고, 공교육 교사 수급 체계의 정상화가 이뤄지길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S연구소와 같은 교직매매업체는 언제라도 또다시 등장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고등학교 사회과 교사였고, 로스쿨생이었으며, 현재 [법률사무소 이유] 변호사입니다. 무엇보다 초등학생 남매둥이의 '엄마'입니다. 모든 이들의 교육받을 권리, 행복할 권리를 위한 '교육혁명'을 꿈꿉니다. 그것을 위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글을 씁니다. (제보는 쪽지나 yoolawfirm@naver.com)
공유하기
선생 되려고 '돈다발'... 왜 이렇게 됐을까요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