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제18대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런 부분에 대해서 박근혜 후보는 즉답을 피해가는 전략을 구사하였다. 문재인 후보는 MB정권의 경제 정책 실패에 대하여 박근혜 후보의 공동 책임을 추궁하였는데, 박근혜 후보는 참여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를 들어 역공을 취하였다. 질문은 MB정부에 대해 했는데, 대답은 참여정부로 돌아왔다. 재질문 기회가 없는 것을 적절히 활용해서 껄끄러운 주제를 넘어가는 작전을 구사한 셈이다.
사실 이재오와 나경원 등 MB맨들이 박근혜 후보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는 시점에서 MB정부와의 대립각을 명확히 하는 것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자신이 MB정권을 옹호한다는 인상을 피하면서 상대에 실패한 참여정부 프레임을 씌우는 작전으로 박근혜 후보 입장에서는 비교적 대답을 잘 한 것이다.
이정희 후보는 예상대로 전두환에게 받은 6억에 대한 부분을 다시 들고 나왔다. 이번에는 초점을 달리해서 6억과 재벌 총수에게서 받은 성북동 집에 대한 증여세와 취득세 등의 세금 문제를 들고 나왔다. 물론 박근혜 후보는 이 질문에 대해서도 즉답 보다는 역공으로 넘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정희 후보가 국고보조금으로 받을 27억을 들고 나옴으로써 '6억 VS 27억'의 구도를 만들었다.
종합하면 박근혜 후보는 지난 번 토론에서 6억에 대하여 길게 설명을 하다가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것을 철저하게 복기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에 대하여 길게 이야기하고 구구절절히 설명하는 것보다는 그 시간에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실수는 여전했다. 지하경제를 양성화해야 한다는 것을 '활성화'로 잘 못 발언하여 그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누리꾼과 언론의 지적을 받아야 했다. 실수도 반복되면 실력이라고, 박근혜 후보는 주요 단어를 틀리게 발음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래도 긴장의 정도와 이를 극복하는 능력이 다른 후보에 비하여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게 하였다.
약점 극복한 문재인, 자유토론에서 강점 과시 특히 자유토론에서는 확실히 문재인 후보에 비해서는 박근혜 후보의 내공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율사 출신의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보다는 1:1 토론에서는 유리할 수밖에 없다. 아마도 그것이 박근혜 후보가 3자 토론에서 이정희 후보를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문재인 후보와의 양자 토론은 극구 피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참모가 정리해준 자료와 미리 써준 원고를 읽는 대본 외우기식 토론이 아닌 정말로 후보자의 식견과 순간적인 판단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토론은 반론과 재반론이 가능한 자유토론이다. 여기에 있어서 박근혜 후보가 다른 후보들에게 밀린다는 사실은 아무리 그녀를 우호적으로 봐준다고 해도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