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제18대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차 TV토론회의 기대감을 높였던 일등 공신은 단연 이정희 후보다. 성역과 금기를 넘나드는 촌철살인의 화법은 대선 정국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단 한 번의 토론으로 정국을 뒤흔든 이정희 후보 덕에 바닥을 기던 통합진보당 지지율은 어느 여론조사에서는 5% 안팎을 기록하기도 했다. 비록 1차 TV토론회 이후에도 이 후보의 지지율은 2%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지만, 당지지율 상승은 문재인을 지지하는 이들 중 상당수가 이정희 후보에게 지지와 성원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공언했던대로, 이정희 후보는 또 다시 두 후보에게서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로 토론을 이끌었다. 지난 토론회의 표적이 다카키 마사오였다면, 이번은 이건희, 정몽구 회장이었다. 백혈병으로 숨진 삼성반도체 노동자 황유미씨와 복직판결에도 송전탑에서 농성을 해야 하는 현대차 비정규직 해고자 최병승씨 이야기는 '헌법 위의 제왕'으로 군림하는 한국재벌이 우리 사회에서 누리고 있는 위상을 유감없이 폭로했다.
이외에도 이제는 의제조차 되지 않는 농업문제를 꺼내고, 고소득층 증세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으며,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는 일관되게 노동자의 권리를 강조함으로써 진보정당 후보다운 면모도 과시했다. 물론 박근혜 후보의 성북동 집문제를 거론하며 증여세·취득세·등록세 탈세 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이정희 후보는 토론의 강자였음에도, 1차 TV토론회에 비해 신선함과 통쾌함은 상당부분 감소한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1차 토론회의 신선함과 충격이 너무 컸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이정희 후보의 맹공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정희 후보에게 남은 과제는 예측 가능하지 않은 새로운 기획이다. 상대의 문제점을 통쾌하게 폭로해 위선의 가면을 벗겨내는 것만이 아니라 그 벗겨진 위선을 대체할 새로운 패러다임을 뚜렷하게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물론 이번 토론회에서도 이정희 후보는 다른 후보와 질적으로 차별화된 새로운 의제와 관점을 제시했지만, 문제는 이런 각각의 정책을 관통할 하나의 패러다임이 잘 읽히지 않았는다는 점이다.
아마도 이는 그동안 진보정당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선거경쟁에 익숙해져 실현 가능한 정책 수준의 대안마련에 집중해 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이정희 후보의 역할이 단지 특정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진보정당의 필요성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면, 이와 관련된 강렬한 메시지도 던질 필요가 있다. 남은시간 동안 예상을 뛰어 넘는 파격과 신선함을 어떻게 다시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이정희 후보에게 남겨진 과제다.
코 앞의 대선, 토론회를 보면 윤곽이 보인다이제 대선이 조금씩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선거 전문가들은 정신없이 주판알을 튕기고 있을 것이다. 대선 TV토론회도 오는 16일, 단 한차례만 남겨두고 있다. 국민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한계가 뚜렷한 여론조사만으로 판세를 정확히 점치기란 쉽지않다.
그러나 각 후보들이 직접 나와서 경합하는 TV토론을 직접 봤다면 대략적인 짐작은 가능할 것이다. 한 보수언론은 특정 후보의 지속적인 우세를 설파하고 있지만, 그 언론의 판단력이란 것이 1차 TV토론회 결과도 그 특정후보의 압승으로 보는 수준이다. 이걸 고려하면 실제 판세를 추측하기란 어렵지 않다. 마지막 3차 TV토론회에서는 보다 분명한 명암이 드러날 것으로 믿는다.
다시 3차 TV토론회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보자. 첫째, 문재인 후보는 얼마나 '덜' 점잖게, 자신의 중심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인가? 둘째, 이정희 후보는 얼마나 예상을 넘어서는 신선함을 보여줄 것인가? 마지막으로 셋째, 박근혜 후보는 과연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16일 저녁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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