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웅관' 가욕관
박찬운
7월 18일 일행은 밤 열차로 난주를 출발하여 가욕관(嘉峪關)으로 향했다. 무려 1천 킬로미터가 넘는 긴 여정으로 꼬박 8시간이 걸렸다. 침대칸에서 잠을 청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또 아쉬움도 있었다. 바로 하서회랑(河西廻廊)이라는 실크로드 여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형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열차는 우리가 잠들어 있는 사이에 고대 중국역사에서 한 장을 장식했던 현장을 통과하고 있었다.
하서회랑(혹은 하서주랑)은 동쪽은 오초령에서 시작해 서쪽은 옥문관에 이르며, 남산(기련산맥과 아미금산)과 북산(마종산, 합려산 및 용수산) 사이에 끼어 있는, 길이 약 1천 킬로미터에 너비 수km에서 100km에 이르는, 좁고 긴 평지이다. 복도 모양과 같이, 황하의 서쪽에 있다 하여 하서회랑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하서회랑은 난주에서 돈황까지 이어지는 긴 협곡이다. 이곳은 고대 중국에서 중원을 지배하는 왕조가 서역 쪽에서 몰려오는 이민족을 막아내는 전략 요충지였다. 만일 여기를 막지 못하면 바로 서안이 위협을 받았다.
그런 이유로 역대 중국 왕조는 이곳에 성벽을 쌓고 철옹성의 방어진을 구축했다. 우리가 향한 가욕관이 바로 그 역사의 현장이다. 만리장성의 서쪽 끝이자 중국에서 서역으로 나가는 관문, 그것이 가욕관인 것이다.
현재의 가욕관은 14세기 명대에 지은 것이다. 사막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성곽은 말 그대로 천하웅관(天下雄關) 그 자체이다. 성채는 아름답고 장엄하다. 한눈에 하서회랑의 끝에 쌓은 장성의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안방향에서 보았을 때 왼쪽은 기련산, 오른쪽은 마종산이고 그 사이에 장성이 쌓여 있음이 눈에 들어온다.
성루는 외성과 내성으로 분리되어 있다. 내성에는 옛날 관리와 귀족이 살았다고 하는데 들어가는 성문은 옹성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성문의 정문은 서역 방향과 서안 방향에 두 개가 설치되어 있는데 그 모양은 똑같다. 경내의 장성박물관에 들어가면 만리장성의 역사와 그 인근에서 출토된 각종 유물을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