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2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주최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 참석하여 패널들의 질문에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조재현
[검찰 개혁] 검찰 자중지란에 박근혜도 '중수부 폐지'... 문재인 '공수처' 힘 실려 김광준 부장검사 뇌물 사건, 성폭행 검사 사건 등 잇따른 현직 검사 비리와 한상대 검찰총장 사퇴를 계기로 검찰 개혁이 대선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일찌감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중수부) 폐지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내걸었던 문재인 후보는 검찰총장직 외부 개방 등 검찰 인사 개혁 방안을 내놓았고 박근혜 후보도 그동안 부정적이었던 '중수부 폐지' 카드를 뒤늦게 꺼내들었다.
-두 후보 모두 검찰 개혁을 차기 정부 '최우선 과제'로 꼽았습니다. 권령형 비리를 차단하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할 방안은 무엇입니까?문재인: "장·차관, 판·검사, 국회의원, 청와대 고위직 등 고위 공직자와 대통령 친인척 비리행위에 대하여는 별도의 독립된 수사기구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설치해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도록 하겠습니다.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여 검찰총장이 직접 수사를 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더 이상 '정치검찰'이 양산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12월 2일 검찰개혁안 발표)박근혜: "친인척과 권력형 비리에 대해서는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해 사전에 강력하게 예방하고, 문제가 생기면 상설특검을 통해 즉각 수사에 착수하겠습니다."(8월 20일 후보 수락연설문) "그동안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폐지하고 서울중앙지검 등 일선 검찰청의 특별수사부서에서 그 기능을 대신하게 하겠습니다."(12월 2일 검찰개혁안 발표) 문재인: "박근혜 후보가 주장하는 상설특검제는 검찰 개혁을 막으려고 검찰이 제시한 차선책에 불과하고 특별감찰관제는 이미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그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박 후보의 검찰 개혁 공약은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통제하고 견제하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없습니다."(12월 2일 검찰개혁안)
참여정부 시절 비검찰 출신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을 맡았던 문 후보가 검찰 개혁에 보다 적극적이다. 문재인 후보는 공수처에서 권력형 비리뿐 아니라 검사 관련 범죄를 수사할 권한과 기소권까지 줘 검찰 권한을 분산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박 후보는 대통령 친인척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제도와 상설특별검사제 도입을 제안했지만 공수처 설치는 유보적이다. 하지만 박주민 변호사는 "특별감찰관에게 광범위한 조사권을 부여하고 있지만 이는 형사소송법상 수사와는 다른 개념으로 기존 검찰 권한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강화할 우려까지 있다"고 지적했다.
대검 중수부는 검찰총장이 직접 수사를 지휘하는 유일한 부서로 '정치 검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한상대 전 총장도 자체 검찰 개혁 카드로 중수부 폐지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고 중수부 폐지에 부정적이었던 박근혜 후보도 가세했다. 하지만 공수처 신설 없이 중수부 폐지만으로는 검찰 권한 견제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조성대 교수는 "공수처처럼 외부 기구를 둬야 실질적인 검찰 권력 분산이 가능하다"면서 " 검찰 내에 어떤 조직을 만들더라도 검사동일체 원리가 관철되는 한 검찰 개혁은 안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대검 중수부장 출신인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은 2일 "개인적으로 중수부 존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수부 입장이 바뀌었지만 검찰의 수사 기능이 특별 수사 기능을 통해 다시 강화되길 바란다"며 검찰 권한 축소에 여전히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조재현
검찰 인사 개혁에도 문 후보가 더 적극적이다. 문 후보는 2일 "지금까지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 현직 검사 중에서 임명해 왔던 검찰총장직을 외부에도 개방하겠다"면서 검찰총장후보 추천위원회에 시민단체 등 외부인사를 절반 이상 참여시키겠다고 밝혔다. 또 차관급인 검사장급 이상 54명 고위 간부를 절반으로 줄이고 검사장급 개방형 임용도 확대하는 한편 검찰인사위원회에 외부 인사 과반 참여를 약속했다.
박 후보 역시 검사장급 이상 직급을 순차적으로 감축하기로 했지만 검사의 '적격심사 기간'을 7년에서 4년으로 단축하는 등 검찰 내부 감찰 기능 강화에 무게를 실었다.
박주민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는 "박 후보가 중수부를 폐지하겠다고는 했지만 해당 업무가 다른 부서로 가게 되면 결국 도루묵"이라면서 "검찰 개혁 핵심이 정치적 편향성 제거를 통한 정치적 독립, 민주적 통제란 점에서 크게 진전된 게 없다"고 평가했다.
반면 문 후보 검찰개혁안에 대해선 "검찰총장 외부 인사 개방 등 민주적 통제 방안이 보강된 건 바람직하다"면서도 "검사장 직선제 등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후보는 이날 박 후보쪽에 '반부패·정치쇄신과 검찰개혁을 위한 TV 끝장 토론'을 제안했다. 하지만 검찰개혁을 둘러싼 두 후보의 첫 토론은 오는 4일 저녁 8시부터 방송 3사로 생중계되는 선관위 주최 토론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권력형 비리 해소 방안을 비롯해 정치ㆍ외교ㆍ안보ㆍ통일 분야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날 토론회에는 두 후보 외에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도 참여한다.
▲박근혜-문재인 후보 <정치 개혁> 전문가 지수
고정미
문재인 7점-박근혜 4.2점... 정치-검찰개혁 평가 '극과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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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세적인 문재인, 수세적인 박근혜. 두 후보의 엇갈린 정치 개혁 방향에 대한 전문가 평가도 크게 엇갈렸다.
<오마이뉴스>는 정치-사법 제도 전문가 5명에게 두 후보의 정치-검찰 개혁 공약 평가를 요청했다. 정책의 방향성, 구체성, 적합성, 실현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10점 만점으로 평가한 결과 박근혜 후보는 10점 만점에 평균 4.2점, 문재인 후보는 평균 7.0점을 받았다.
문재인, 정치 개혁안 긍정 평가... 박근혜 '기득권 유지'
문 후보는 전문가 3명에게 8점을 받는 등 비교적 고른 점수를 받았다. 박 후보는 전문가 1명에게 7점을 받긴 했지만 일부 전문가에게는 낙제점에 가까운 1점을 받아 편차가 컸다.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박 후보의 정치개혁 공약에 대해 "가장 유력한 대권후보로서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측면이 강하다"며 낮은 점수를 줬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투표 시간 연장과 같은 어렵지 않은 선거개혁 과제도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반대하고 비례대표 확대도 기득권 보호 차원에서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 후보에 대해 "권력 분권화에 대한 문제 의식은 있으나 결선 투표, 투표시간 연장, 비례대표 확대 등 참정권 확대에 대해 수구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문재인 후보에 대해 "권력 분권화, 정당 개혁, 참정권 확대 등에 대한 문제 의식이 전향적"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단순한 비례대표 확대를 넘어서 독일식 선거제도의 도입, 거대 정당 위주의 교섭 단체 해체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율 교수 역시 문 후보에 대해 "대체로 긍정할 만한 부분이 많지만 거의 전부가 이미 학계와 정치권에서 나왔던 얘기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나오지 않았다"며 전문가 5명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를 줬다.
조성대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문재인 후보의 정당 및 국회 개혁은 87년 체제 이후 민주화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정당과 국회를 개혁하겠다는 의미에서 방향성과 적합성이 있고 구체적인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면서도 "실현 가능성은 당선된 이후 다수당인 새누리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중수부 폐지'에 평균 0.6점 상승
전문가들은 문 후보가 제시한 중수부 폐지와 공수처 설치를 가장 바람직한 공약으로 꼽았다. 박주민 민변 사무차장(변호사)은 "문재인 후보는 그동안 시민사회에서 주장해왔던 검찰개혁안을 수용하고 있고 법무부 보직에서 검사를 배제해 법무부를 통한 검찰의 관리감독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박 변호사는 "박근혜 후보가 제안한 '특별감찰관제와 연계한 상설특검제'는 기존 검찰 권한을 제한하기보다는 권한을 유지하거나 강화할 우려까지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조성대 교수는 "중수부 폐지와 공수처 설치가 검찰의 권력을 분산시킨다는 의미에서 적합한 제도지만 검찰의 저항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후보가 2일 뒤늦게 '중수부 폐지'를 들고 나오면서 전문가 평균 점수도 소폭 상승했다. 검찰 개혁안 발표 이전인 지난 30일 1차 평가에서는 평균 3.6점으로 문 후보 절반 수준에 그쳤다. 다만 하태훈 교수는 "검찰총장 사퇴 등 최근 검찰 개혁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마지 못해 표를 의식해 내놓은 방안으로 보여 실현 의지와 가능성이 의심스럽다"고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책임총리제와 기초의회 정당공천제 폐지를 부정적인 공약으로 꼽았다. 신율 교수는 "대통령이 총리 임면권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총리에게 아무리 법적 권한을 보장하고 총리의 권한 확대를 보장한다 해도 별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책임총리제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성대 교수는 기초의회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해 "정당은 바로 세울 문제지 없앨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정당이 지방정치에서 빠지면 그 공백은 토호가 메우게 된다"면서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정치개혁 전문가 평가단: 박주민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변호사),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조성대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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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7점-박근혜 4.2점... 안철수-한상대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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