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양보로 단일후보가 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25일 오후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문 후보는 이날 회견에서 "안철수 후보의 진심과 눈물을 잊지 않을 것이며 '새정치공동선언'을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남소연
미완의 단일화... 문재인과 민주당에 남은 숙제문재인과 민주당은 본선에서 꼭 승리해야만 하는 부담을 더 크게 안게 되었다. 만약 안철수의 사퇴에 의한 후보단일화에도 불구하고 본선에서 패배한다면 민주당은 더 이상 그 간판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와의 일대일 본선구도는 대단히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 안철수 사퇴 직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무엇보다 부동층이 20% 가까이로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사퇴 전 여론조사에서는 부동층이 10% 미만이었던 점과 극히 대조된다. 이는 안철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간층에게 취약함을 보였던 문재인이 '사퇴에 의한 단일화'로 그 약점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87년의 트라우마를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한국에는 절대로 지금의 야권에게 표를 주지 않는 중간층이 상당히 두텁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야당이라고 해봐야 별 볼 일 없다는 나름의 소신과,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야당에게 투표한 적이 한 번도 없었던 (차라리 투표하지 않을지언정) 반복된 습관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킨 때문일 것이다. 이런 유권자들에게 안철수의 등장은 새로운 선택을 시도할 수 있었던 좋은 계기였다. 안철수가 기자회견문에서 문재인을 지지할 것을 당부했지만, 이분들이 단지 그 당부 때문에 문재인을 지지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리고 문재인이 본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이 중간층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점도 그만큼이나 명확하다.
그렇다면 문재인과 민주당은, 지금까지 야권에게 투표하기를 꺼렸던 중간층이 일부러 투표장에 가서 문재인을 선택하도록 하는 '확실한 이유와 계기'를 만들어야만 한다. 그 이유와 계기가 무엇일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으나, 지금의 민주당이 해체에 가까운 혁신을 하지 않고서는 이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리라는 점은 장담할 수 있다.
변화를 꺼려하는 새누리당조차 한나라당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금기시하던 빨간색을 과감하게 도입했다. 국민들은 그것이 단지 보여주기식의 정치적인 쇼임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그런 쇼라도 벌이는 정성을 평가해 주었다. 반면에 민주당이나 야권은 그런 성의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대선에서 패배하면 간판을 내려야 할 상황에 내몰렸다면, 아예 이번 기회에 대대적인 환골탈태를 감행하는 것이 가장 위력적인 선거 캠페인이지 않을까? '안철수의 백의종군'에는 아무래도 '문재인의 사즉생'이 격에 맞아 보인다. 그 정도의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안철수를 떠난 표심은 영영 투표장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 한동안 유행했던 이 말은 이제 2012년 11월 23일부로 폐기돼야 할 것 같다. 현직 대통령의 친인척과 최측근이 줄줄이 감옥에 갔지만 보수는 망하기는커녕 여전히 위세가 등등하다. 다른 한편 진보는 안철수의 유례 없는 전격적인 후보사퇴로 새로운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줬다. 이번에 진보가 망하더라도, 분열 탓에 망했다는 말은 당분간 나오지 못할 것 같다.
꼭 10년 전에는 노무현의 눈물이 세상을 바꾸었다. 겸연쩍게 손으로 훔치던 그의 작은 눈물방울은 이내 사람들의 마음속에 커다란 바다를 만들었다. 나는 그때 다시는 저런 눈물을 흘리는 정치인이 나오지 말기를, 그렇게 국민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울리는 눈물이 사라지기를 기원했다. 내 소박한 소망은 2009년 5월 문재인의 눈물로, 그리고 2012년 11월 안철수의 눈물로 시나브로 흩어져 버렸다.
나는 이번에 안철수의 눈물을 보면서 다시는 그런 부질없는 소망은 갖지 않기로 했다. 대신에 다시 한 번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훨씬 더 허황된 소망을 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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