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와의 '2012 후보 단일화 토론회'에 참석해 토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공세적인 모습은 상대적으로 안철수 후보보다는 문재인 후보에게서 더 많이 보였다. 단일화 협상의 와중에서 안철수 후보 측이 전혀 물러선 안을 제시하지 않는다거나 제대로 보고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의 발언을 할 때에는 제대로 한판 붙는다는 느낌마저 받았다. 대북 정책에서도 안철수 후보측이 금강산 관광 재개에 전제를 다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정책과 다르지 않다고 몰아세우는 모습도 보였다.
안철수 후보는 교수 출신이라서 그런지 주도권을 가진 시간에도 설득형 대답을 유도하는 질문보다는 설명형 대답을 유도하는 질문이 많았다. 가령 '경제 성장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못하는 근본 원인'을 물어본다든지, 복지 분야 질문에서 수치의 구체적 의미를 물어보는 것들이 그런 느낌을 들게 하였다.
일반적으로 수치에 관한 의미를 물어볼 때는 상대방의 수치 제시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가 많고, 경제 정책에 대해서는 원인보다는 정책의 효과성을 가지고 공방을 벌이는 경우가 많은데, 안 후보의 이런 질문들은 그런 방향과는 거리가 있었다.
일자리 창출의 미진에 대해서 문 후보는 대기업의 성장이 중산층과 서민에게 연결되지 않는 이유를 댔고, 안 후보는 금융과 실물 부문의 분리를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크게 토론이 될 성질은 아니었다. 안 후보 개인적 성격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캠프 차원의 연성 전략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안 후보에게는 부드러운 경향성이 토론 내내 시종일관 유지 되었다.
토론의 외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문재인 후보가 훨씬 자연스러웠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카메라 앞에서 문재인 후보는 모두 발언에서만 원고를 계속 내려다보는 식의 부자연스런 모습을 보였을 뿐, 이후에는 손과 몸짓이 자연스러워지면서 카메라와 안 후보를 쳐다보면서 토론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반해 안철수 후보는 모두 발언을 하는 초반에 비해서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지나치게 준비한 원고와 자료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말 한마디와 제시될 자료 하나하나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리더의 카리스마는 보통 말하는 와중에 드러나는 법인데 약간 부족했던 면이 있음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여담이긴 하지만 대중들 앞에 정치 지도자들이 처음 자신의 정견을 제시할 때에는 누구나 어려움을 겪는 법이다.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 김정은은 처음으로 대중 연설을 할 때 군중들을 보지 못하고 원고의 글자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군중 앞에서 보인 여유로운 모습은 타고난 것일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많은 경험에서 자연스럽게 쌓인 것이다.
TV토론의 달인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경선 후보 시절에 1대 다수의 패널 토론에서는 큰 취약점을 보였다. 상대방의 논리적 허점을 끌어내던 청문회와 자기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대선후보 TV토론은 긴장도의 차이가 크다. 청문회의 경우에는 논리와 상대방의 발언 자체에 집중하며서 자신에게 쏠린 TV 카메라와 그 너머에 있는 대중들의 시선을 잊고 자연스럽게 발언할 수 있지만, 대선 후보로서의 토론은 그런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청문회는 증인의 허점을 발견하기에 혈안이 되었다면, 대선 TV 토론은 후보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TV토론이 있기 전날이면 스튜디오를 빌려 리허설을 하고 상대의 대역을 세워 실전 연습을 하지만, 단기간에 긴장도를 떨어뜨리기는 어려운 법이다. 카메라 전문가들이 옆에서 이런 저런 조언을 하게 되지만 카메라에 몸이 익숙해지는 과정은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그런 면에서 안철수 후보에게는 기본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TV토론이 아니었나 싶다.
안 후보, 부드러움과 진심 돋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