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부터 울산 북구 현대차 공장 명촌중문 앞 송전탑에서 정규직 전환 이행을 촉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최병승씨(아래)와 천의봉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사무국장이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유성호
사실 노동의 문제는 차기 정권의 방향만을 말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현재도 여러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나서고 있고, 그것도 모자라 다리 위로, 철탑 위로 오르는 상황이다. 울산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문제로 비정규직 노동자 두 명이 송전탑에 오른 지 30일이 넘었고, 지난 20일에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평택 공장 앞 송전탑에 오르기도 했다. 그밖에 유성기업, 대양운수재 등 전국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는 곳은 4곳이나 된다.
그럼에도 야권의 두 후보가 단일화 논란 속에 갇혀 있는 동안 이들의 이야기는 뉴스에서 사라졌고, 박근혜 후보는 일절 언급이 없는 상황이다. 대선 판에서 '노동이 사라졌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김유선 소장은 "후보들이 이 문제를 거론하면서 쟁점화, 이슈화를 시켜야 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당신은 어떠냐, 입장을 밝혀라'고 서로를 압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도 박근혜 후보만 '오케이' 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며 "야권도 단일화 되고 나서는 또 표에 도움이 되는지를 고려할 것이다, 전향적으로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소장은 노동문제가 소외되는 현상과 관련해 세 후보의 상황을 진단하며 "우리 사회에서 노동이 주변화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외환위기 이후 확산된 노동시장유연화가 비정규직과 정리해고의 원인이라는 지적에 "대선 후보 모두 노동시장유연화가 더 이상은 안 된다는 것에 인식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 현안 문제 이외에도 경제민주화, 정치개혁, 복지국가 등 다른 의제에 비해 '노동'은 잘 다뤄지지 않는다. 대선 전 정리해고나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 핵심현안으로 불거진 것과는 반대다."이번 대선에서 진보진영이 사실상 몰락했다. 노동의제가 잘 보이지 않는 데는 그런 면이 반영된 것도 있다. 또 박 후보는 노동 관련한 현안이 문제가 되어도 신경 쓰지 않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야권연대를 통해 생긴 공감대를 가지고 어느 정도 진일보한 정책을 내놓았지만, 이 역시 새로운 것은 아니다. 노동의제의 확장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 사회에서 노동이 주변화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문제는 IMF 이후 15년 동안 이어진 노동시장유연화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후보들은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지만 이를 평가하거나 반성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노동시장유연화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그 정책은 끝나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는 유연성보다 안정성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할 수 있다. 문 후보는 일정 참여정부 시절 잘못한 것을 인정하기도 한다. 참여정부나 '국민의 정부'가 악의를 가지고 노동시장 유연화로 갔다고 볼 수는 없다. 그 시대적 담론 자체가 신자유주의 논리였고 글로벌 스탠다드였다. 이것이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노동시장유연화는 더 이상 글로벌 스탠다드가 아니다. 다만 지금은 그 다음 어디로 갈 것인지, 어떻게 갈 것인지 아직 불분명한 상황이다. 모색기라고 할 수 있다. 노동시장유연화가 더 이상은 안 된다는 것을 후보들도 인식은 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김 소장은 인터뷰 말미에 다시 한 번 야권의 집권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로서 노동 부분의 변화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야권에서 집권해야 한다, 박근혜 후보에게서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권이 당선된다면 이전까지 노동의 흐름을 반전시킬 계기가 될 것"이라며 "집권하게 되면 공약으로 제시된 것들을 차질 없이 집행해야 한다." 그는 안철수 후보가 사퇴한 직후 <오마이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두 후보가 노동정책에 큰 차이는 없지만, 산별교섭 강화와 같은 정책은 문 후보 쪽에서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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