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보혁 서울대학교 평화통일연구원 HK연구교수
최지용
두 후보의 정책에는 북한의 반응 예측이나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 특히 중국과 미국 등 북한문제에 당사자 격인 국가들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 시간과 여건 상 세세한 정책을 담을 수 없는 환경일 수 있지만 이는 남한 정부의 대북정책만큼 중요한 사안이다.
이런 지점이 고려돼야 각 후보 정책의 실현가능성도 전망해 볼 수 있다. 서 교수는 박 후보에게 "북핵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와 신뢰할 수 있는 이행전략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고, 다른 두 후보에게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국내외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어느 후보가 당선 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북한은 어떻게 나올 거라 예상하나. "박근혜 후보는 최악인 현재 상태를 복원하는데 초기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인도적 지원과 남북 간의 대화를 평이하게 이야기 하는 수준이다. 북의 어떤 반응을 예상하기 어렵다. 문 후보는 당선되면 인수위부터 적극적인 방안을 내놓고 있다. 북은 남쪽에 새 정부가 들어설 때 매번 안달이 나게 하는 전술을 썼다. 협상력을 높이고 몸값을 끌어 올리려는 방안이다. 문 후보가 됐을 경우 경제협력, 북핵문제, 평화체제에 포괄적으로 접근할 것이다. 세 가지가 한꺼번에 걸려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가 안 되면 아무것도 안 될 수 있다. 이 부분을 고려해서 북의 반응을 살펴야 할 것이다."
-두 후보 정책의 실현가능성은 어떻게 보고 있나? "박 후보가 내놓은 '신뢰 프로세스가 현실성 있기 위해서는 북핵문제에 전향적인 자세와 기존합의 이행전략을 내놓아야 한다. 현재 상태로는 신뢰 프로세스를 북이 신뢰하기 어렵다. 문 후보의 경우 대북정책 내용자체는 전향적인데 이를 추진해 나갈 수 있는 동력이 필요하다. 국내적인 지지와 한미 간의 긴밀한 정책협력, 중국과의 공조가 풀어가야 할 숙제다. 그동안 대북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정치권과 국민여론 사이에 많은 엇갈림이 있었다. 여기에 일정한 교훈이 있다. 그 교훈을 가지고 초당적으로 지지범위를 넓히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남한 정부가 해야할 외교적 역할은 무엇인가?"미국을 놓고 보면 남북미 셋이 선순환 하는 관계를 가졌던 것은 김대중-김정일-클린턴으로 구성됐던 1998년에서 2000년까지다. 그렇다고 해서 보수적인 정권이 들어섰을 때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노태우-김일성-부시(아버지) 때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렀다. 중요한 것은 남쪽이 남북관계에서 중추자(pivot) 역할을 할 수 있는지이다.
그런 역할 을 한 것이 2005년에서 2007년까지 노무현-김정일-부시 시기였다. 이때 6자회담과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었다. 남한이 대화의 중추자 역할을 하면서 6자회담을 진전시키고 그 틀 안팎에서 북미 대화도 진전이 있었다. 미국은 남북관계가 좋지 않을 때 중추자 역할을 하지 않는다. 남한이 북미, 북일 대화를 주선하고 그 관계 속에서 남북대화도 이끌어내는 역할이 중요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이후 미얀마 방문에서 처음 북한을 언급했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8개월 만에 언급이라고 하는데, 집권 1기 때 북한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지도부가 평화진보의 길을 선택하면 손잡겠다'고 했는데 이 말의 수신자는 평양만이 아닐 수도 있다. 남한의 새 정권, 중국의 시진핑 주석일 수도 있다. 북한 문제에 공조를 하자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 하고 싶다.
북이 움직이지 않았지만 한국, 미국, 일본, 중국은 대화를 해왔다. 최근에 북일대화도 있었다. 내년이 정전협정 60주년이기 때문에 한국전쟁 미군유해발굴 사업을 재개하고 미국 북한인권특사가 식량지원 상황을 보러 간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남쪽의 새 정부 등장과 함께 내년 상반기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외적인 조건은 분위기가 있다고 보는데 내적인 조건은 아직 심각하다. 북핵문제를 둘러싼 우리 내부의 줄다리기가 있을 것이다."
서보혁 교수는 안철수 후보의 대통령후보직 사퇴로 단일화가 이뤄진 후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정책에서 차이가 나는 부분은 북인권정책 부분이었는데 이는 단일화 협상과정에서 문 후보 쪽이 안 후보의 정책을 대부분 수용한 것을 알고 있다"며 "또 이견이 있었던 남북관계정상화 과정에서 차이는 문 후보의 방향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았졌다"고 말했다.
다만 "금강산 관광 재개에 있어서는 안 후보의 의견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이 피격사건과 관련해 사고재발방지를 말했다고 해도 그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이고 지금은 지도자가 바뀌었다, 또 정부가 공식적으로 받은 게 아니다"라며 "남북대화가 시작되고 금강산 관광 재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다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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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신뢰 프로세스', 북한이 신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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