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거북 머리 모양의 비좌 위에 세운 서산서원 생육신 사적비
김종길
철길 옆 도로를 따라 서산서원으로 향했다. 매월당 김시습, 경은 이맹전, 관란 원호, 문두 성담수, 추강 남효온, 어계 조려 등 생육신의 위패를 모신 서산서원은 숙종 29년(1703)에 경상도 유생 곽억령이 사육신의 예에 따라 생육신의 한 사람인 어계의 사당을 세웠고, 숙종 39년(1713)에는 손경장 등이 상소에 의해 '서산서원'이라는 사액을 받았다. 그러나 고종 때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훼철되었다. 1902년 어계 선생의 종중과 지역 유림들이 인근 사촌리에 다시 서원을 건립했다가 1980년에 지금의 자리에 세웠다.
근래에 세워진 서원이어서 그런지 건물들이 낯설다. 외삼문인 숭의문을 들어서면 강당인 숭의당 좌우로 동재인 양정당, 서재인 상의재가 있다. 제법 너른 터에 지은 건물들이 무슨 현충원 같아 옛 서원의 고졸한 멋은 느낄 수 없었다. 다만 여섯 거북 머리 모양의 비좌 위에 세운 생육신 사적비가 특이하다. 숭의당을 돌아 내삼문인 정양문을 지나면 생육신의 위패를 모신 사당인 충의사가 있다. 문화재관리국의 고증설계와 심의에 따라 매와 용무늬의 12색 특수 단청을 했다고 한다.
서원 옆 길가에는 잘 생긴 소나무 몇 그루와 반질반질한 배롱나무 아래 엄숙한 기운이 감도는 전각이 있다. 이성계가 왕위에 오르자 불사이군의 정절을 지킨 전서공 금은 조열 선생의 신도비가 모셔져 있다. 그 옆에는 어계 선생의 오세손인 조종도가 정유재란 당시 함양 황석산성에서 왜적과 싸우다 전사하자 부인 전의 이씨가 자결하여 이를 기리고자 세운 쌍절각이 있다. 강직한 집안 내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