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읍내시장은 소설 <토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김종길
하동시장은 조선말까지 만해도 전주시장, 김천시장과 함께 영남의 3대 시장으로 꼽혔다고 한다. <하동군사(河東郡史>에 따르면, 하동읍내 시장은 1703년에 두치진(현 송림이 있는 하동군 하동읍 광평리)에 세워졌다가 1년 만에 폐시되고 1704년부터 1730년까지 26년 동안 구 읍내시장에서 상거래가 이루어졌다. 그 후 1915년에 당시 이장희 하동군수와 30여 명의 유지들이 하동군 하동읍 중앙동에 현대화된 시장터를 마련한 후 해량진시장과 광평시장을 이곳으로 이전해 왔다고 한다.
이후 3일과 6일에 오일장 형식으로 장이 섰으나 1935년경부터는 2일과 7일로 변경이 되었으며 1951년에는 하동군 하동읍 읍내리 249번지 현 시장 위치로 옮겨왔다. 난전 형태의 장옥으로 섰다가 섬진강이 범람하는 재해 등으로 해마다 피해가 있자 1976년 하동시장을 공설 시장으로 등록하고 새롭게 단장을 해 오늘날의 현대식 시장으로 변모됐다.
지리산과 남해 그리고 섬진강이 바로 곁에 있는 하동장은 산과 물, 들판에서 나는 풍부한 산물들이 모이는 곳이다. 지리산의 산나물과 약재, 남해의 해산물, 섬진강의 민물고기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녹차·감·밤·매실 등 하동의 특산물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이 주로 거래되고 있다.
옛날 섬진강 물길이 바다까지 이르면서 그 물길 따라 화개, 범포, 해량, 광평 등 시장들이 형성됐다. 다리 건너 광양 땅 진월, 다압, 진상, 옥곡 사람들까지 다압나루에서 강을 건너 읍내시장에 왔단다. 섬진강의 광평나루와 해량초구는 늘 전라도와 경상도 사람들이 뒤섞여 붐볐다고 하니 격세지감이다. 번듯한 다리가 놓인 지금이야 남아있는 건 관광지가 된 화개장터와 읍내시장뿐이다.
동네부엌·영남신발·여울목식당·통일상회·평화상회·화개청과·매일상회·현대신발·하동순대·꼬마친구·호야상회·한성상회·꼬까방·덕성미곡상회·다래탕재원 등 시장에 늘어선 점포에는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묻어 있다.
주말인데도 외지인도 별로 없고 이곳 사람들마저 외지로 빠져나갔는지 읍내시장은 한산했다. 장날이면 열린다는 문화공연도 이날은 볼 수 없었다. 시장 허름한 식당에서 칼국수 한 그릇을 맛나게 먹고 12시 40분 쌍계사 가는 버스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