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0일 열린 '우리마을 미디어 문화교실'에서 기사쓰기 수업을 받고 있는 청소년들. 도봉N은 지역단체들과 함께 '도봉구 마을미디어 문화교실 기획단'을 꾸려 지난 6~8월 1기 수강생을 배출했다. 9월 시작한 2기생들은 졸업작품으로 '마을다큐멘터리'를 제작할 예정이다.
박소희
이날 '마을신문을 부탁받으러' 온 주민들 대부분은 <도봉N>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미혜(50, 도봉구청 직원)씨는 "관(官)에서 지원받고, 보도자료 베끼기에 급급한 신문들과 달리 기사 하나하나 놓칠 게 없다"며 "신문이 살아 있다"고 말했다. 박숙희(58) 서울동북여성민우회 생활협동조합 이사장은 "'도봉에 이런 일이 있구나, 어느 집은 아이 돌잔치를 하고 이 단체는 행사를 준비하는구나' 등을 알게 해주는 소통 공간이 바로 마을신문"이라고 얘기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30대 남성 독자는 "<도봉N>은 외부 후원 없이 열정만으로 시작했는데, 그 힘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며 "환경, 돌봄 등 다른 지역신문들이 건드리지 않는 문제들을 건드린다"고 평가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탓에 동네슈퍼가 힘들다거나 도봉구의회 의원활동비 부당인상을 지적하는 등 지역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말한 것도 <도봉N>의 성과였다.
<도봉N> 창간 3주년 기념으로 주민 75명에게 한 설문조사(중복응답) 결과, '지역신문이 담아야 할 기사'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은 구청·구의회 행정소식과 지역 사건·사고(각각 35명)였고, 그다음은 지역 비리 고발(32명)이었다. 홍 편집위원은 "올해 독자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였던 기사도 '서울 25개구에서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도봉구가 지역신문 구독료 보조금액은 세 번째로 많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기사가 나간 후 지역시민단체들은 주민 308명의 서명을 모아 10월 9일 서울시청에 주민감사청구를 접수시켰다.
주민들이 마을신문에 관심을 갖고 애정을 쏟는 데는 지역적 특성도 작용한다. 새로 지은 아파트가 많은 창동역은 인구 유출입이 잦은 편이지만 그 외 다른 곳은 상대적으로 '도봉구 토박이'가 많다. 방학3동에 사는 조병훈(47, 자영업) 편집위원은 39년, 역시 방학3동에 살다가 지난달에 노원구로 이사한 홍은정 편집위원은 36년을 도봉구에서 살았다. 이창림(쌍문2동) 편집장은 여기서 태어나고 자랐고, 유성종(방학3동) 발행인과 김미현(방학3동)·김승호(방학3동) 편집위원도 10년 넘게 도봉구에 뿌리내린 사람들이다.
오랜 시간 얼굴을 맞대고 정을 나누며 살아온 주민들을 더 끈끈하게 만들어준 건 2001~2002년 초안산 골프장 건립과 북한산 관통도로 건설 반대운동의 경험이었다. 두 번의 싸움을 겪으며 사람들은 '공동체의 힘'을 더욱 실감했다. '도봉시민사회복지네트워크(현 도봉사람들)'와 마을 사랑방 역할을 하는 카페 '나무야 나무야'가 생겼고, 천연비누나 장바구니를 만드는 생태문화공간 '도깨비공방'이 들어서는 등 다양한 활동들이 이어졌다. 어린이날마다 '차 없는 거리 아이들 세상' 행사가 열린 지도 벌써 10년째다.
'수다로 만드는 남자들의 김장잔치', '어깨동무 마라톤', '마을운동회' 등 지난 3년간 <도봉N>이 주최한 행사들도 다양하다. 올해 <도봉N>은 다른 지역단체들과 '도봉구 마을미디어문화교실 기획단'을 조직,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우리마을 미디어 문화교실(아래 미디어교실)'을 만들었다. 6~8월에 1기를 배출했고 9월부터 2기를 운영하고 있다. 미디어교실 운영을 맡고 있는 윤원필(38, 마을활동가) 편집위원은 이날 회의 중간에도 2기 수강생들이 취재계획을 짜고 있는 옆방을 몇 번씩 오가느라 정신없었다.
"경쟁사회에서 밀려난 사람들, 마을에선 다시 주인공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