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시 도계읍 도계장터에 나타난 김대수 삼척시장 주민소환투표 유세 차량.
성낙선
24일 낮 12시 30분 무렵, 삼척시 도계읍 5일마다 열리는 도계장터 앞에 낯선 선거 유세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선거 때면 보통 길거리에서 보게 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선거 대상이 되는 사람의 이름도 사진도 없고, 출마 번호도 없다. 선거 유세를 하러 나온 차량인지도 의심스럽다.
얼핏 보면 시위나 집회에 동원된 차량처럼 보인다. 차량 벽면에 투표에 참여하는 방법을 안내하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일반적인 선거와 마찬가지로 가운데에 '사람 인' 자가 들어간 도장을 찍는 건 다르지 않은데, 그 도장을 후보 이름을 보고 찍는 게 아니라 '찬성'과 '반대'를 선택해 찍도록 되어 있다. 투표를 유도하는 걸로 봐서 '선거'를 치르긴 치르는 모양이다.
삼척시에서는 그동안 지역에 '핵발전소(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문제를 놓고 찬성 측과 반대 측이 격렬하게 대립해 왔다. 그 대립이 결국엔 핵발전소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핵발전소 유치에 앞장서 온 김대수 삼척시장을 탄핵하려는 데까지 이른 것이다.
삼척시에서 핵발전소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어난 것은 핵발전소를 유치하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주민들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않은 데 있다. 그리고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로 지역은 물론 전국에 핵발전소 반대 여론이 크게 확산되고 있는데도, 그 여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은 데 또다른 문제가 있다. 그로 인해 시민들과 자치단체장 사이, 그리도 시민과 시민 사이에 엄청난 갈등을 빚어졌다.
이는 김대수 삼척시장이 지난 2010년 6월 2일 시장으로 당선된 이후 벌어진 일이다. 김 시장은 시장에 당선되자마자 핵 관련 산업을 유치하는 데 남다른 열의를 보였다. 초기에는 '20조원 규모 세계 최대 제2원자력연구 단지'를 조성하겠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핵발전소를 유치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 명분은 지역 발전이었다. 하지만 삼척시민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