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물왕릉
정만진
남천을 따라 동쪽으로 걸으면 반월성 끄트머리에 닿는다. 원효가 일부러 빠져 옷을 흠뻑 적셨던 월정교 자리다. 2012년 11월에 막 복원 공사를 마친 월정교 옆에 서서, 일부러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원효의 모습을 잠시 상상하다가 왼쪽으로 방향을 튼다. 경주향교 앞을 지나면 바로 내물왕릉이 나타난다.
신라 17대 임금 내물왕은 356년부터 402년까지 무려 46년 동안 왕위에 있었다. 신라 천년 역사에서 개국 시조 박혁거세왕(61년 재위, 기원전 57~기원후 5)과 26대 진평왕(53년 재위, 579∼632)에 이어 세 번째로 오랜 세월을 왕좌에 앉아 보낸 임금이 바로 내물왕이다. 물론 혁거세왕이 기원전 57년에 나라를 세우고 즉위했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을 역사학자들이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물왕은 진평왕에 이어 신라 두 번째 장기 집권자였다고 할 것이다.
고구려와 백제에는 어떤 임금이 오래 왕위에 있었을까? 백제는 2대 다루왕(49년 재위, 28∼77), 3대 기루왕(51년 재위, 77∼128), 5대 초고왕(48년 재위, 166∼214), 8대 고이왕(재위 52년, 234∼286)을 들 수 있다. 고구려에는 그 이름도 유명한 장수왕이 있다. 왕명이 '길 장(長)'에 '목숨 수(壽)'이니 더 말할 것도 없다. 아버지 광개토대왕에 이어 413년에 즉위한 장수왕은 492년까지 79년이나 왕위에 있었고, 98세에 사망했다. 장수왕의 다음 왕 문자왕은 그의 손자이다. 장수왕의 아들은 아버지보다 먼저 죽었다.
그런데 고구려에는 장수왕보다 더 오래 왕위에 있었던 임금도 있다. 6대 태조왕이다. 53년부터 146년까지 무려 93년이나 임금 자리에 있었다. 그는 101세에 동생에게 임금자리를 물려주고 119세에 죽었다. 형이 그렇게 늦게 왕좌에서 내려왔으니 그의 동생이 임금 자리에 오른 때의 나이가 무려 76세나 되었다는 사실이야 신기할 것도 없다.
김씨 임금들의 시조 '김알지'가 태어난 계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