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신 집터에서 바라보는 천관사터 쪽의 풍경
정만진
천관은 어디로 갔을까. 그녀는 만명부인의 엄혹한 감시 때문에 김유신을 만날 수 없게 되자 머리를 깎고 절로 들어간다. 여승이 된 그녀는 유신의 성공과 안녕을 기원하다가 죽었다.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비록 마음을 천관에게 다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나라를 위해 원원사 등을 창건한 김유신이었으니 그 또한 독실한 불교 신자였다. 사랑을 잃고 떠난 천관에게 평생에 걸쳐 미안함을 가졌던 그는 천관의 빈 집을 사찰로 바꾼 다음, 내내 빌었을 것이다. '천관은 독실한 보살이었고, 그 누구에게도 해로운 일을 한 적이 없는 사람이니, 저 세상에서는 반드시 좋을 곳에 갔을 거야.'
기록에는 천관이 술집 여인으로 나오지만, 집의 위치로 보아서는 그렇지 않은 듯 여겨진다. 바로 남쪽에 나라 최초의 궁궐, 박혁거세 탄생지, 6촌 시조들을 모시는 양산재가 있고, 바로 북쪽에 반월성과 오릉 그리고 내물왕릉이 코앞에 있는데, 이곳에 흥청망청 부어라 마셔라 시끄러운 술집이 과연 있었을까. 게다가 천관(天官)의 이름도 의미심장하다. '하늘天'에 '관리官'이니, 술집 주인이 아니라 기후와 천재지변의 변화를 미리 알아내고, 사람과 국가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종교인'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