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412호인 양동마을의 향단(이언적 주택) 담장에서 바라본 (양동마을 중) 거림의 일부 풍경. 양동마을은 들머리부터 하촌, 거림, 내곡의 세 촌락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만진
포항에서 경주로 간다. 포항은 동해 최대의 항구 도시, 경주는 우리나라 최고의 역사 도시다. 아름답고 유서 깊은 길이 이어질 것 같은 예감에 몸을 떤다.
그러나 기대는 실망을 낳는다. 포항에서 경주로 가는 이 길에서 '서라벌'의 심상을 찾는 일은 아주 불가능하다. 온통 '철'의 느낌만 가득하다. 특히 세계문화유산인 양동마을 바로 앞을 어마어마한 고가도로가 지나가니 멀리서 찾아온 답사객들은 그저 말을 잃을 뿐이다.
그렇다고 양동마을을 아니 들어갈 수도 없다. 마을 전체가 1984년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되고, 2010년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까지 지정된 곳 아닌가. 조선시대가 낳은 문화유산인 관계로 '서라벌'의 역사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점이 좀 아쉽지만.
경주 북쪽 설창산에 둘러싸인 양동마을은 경주손씨와 여강이씨 종가가 500여 년 동안 전통을 이어가며 살아온 곳으로, 우리나라 전통 민속마을 중에서 가장 큰 규모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반촌이다. 그래서 1992년에는 영국의 황태자도 이 마을을 방문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기도 이전에 영국 황태자까지 다녀간 우리나라 마을을 한국인인 내가 아직도 가보지 못했다는 것은, 어디 가서 말도 못 꺼낼 일이다.
'세계문화유산' 양동마을, 우리나라 반촌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