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에서 내려다 본 동해 방향의 풍경. 본래 석굴암은 직선으로 대왕암과 감은사가 보이는 지점에 세워졌다고 한다.
정만진
보통 관광객들은 감은사터, 기림사, 골굴암을 둘러본 뒤 경주로 들어오면서 추령을 넘는다. 물론 요즘은 말 그대로 고갯길인 추령재 대신 터널을 지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렇게 터널을 통과하는 여행이야말로 최악의 역사여행이다. 동서고금의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아직은 '국사'에 터널이 등장하지 않는다.
추령으로 가는 길을 벗어나 화랑고등학교 직전에 좌회전을 한다. 토함산의 동쪽 비탈로 난 이 길은 석굴암까지 이어진다. 게다가 이 길은 다른 어느 곳에서도 결코 체험할 수 없는 짜릿한 종교적 체험을 느끼게 해주는 답사로다. 이 길로 석굴암에 오르면, 나를 줄곧 지켜보고 계시는 석굴암 부처님의 시선이 온몸으로 느껴지기 때문.
석굴암 부처는, 용이 된 문무왕이 동해에서 대종천 물길을 타고 감은사로 오가는 광경을 직선으로 바라보는 위치에 앉아 계신다고 한다.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곳이 바로 석굴암 자리라는 고증이다.
석굴암 부처님이 동해를 응시하는 시선을 거꾸로 타고 산길을 오른다. 길은 구불구불, 토함산 자연휴양림으로 들어가는 이정표를 지나 조금 더 오르면 삼거리가 나타난다. 왼쪽으로 가면 불국사에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