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1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최근 국정감사에서 밝힌 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해 NLL 관련 '영토주권 포기' 발언(남측은 앞으로 NLL 주장하지 않을 것)은 사실"이라며 '이것에 본인의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밝힌 뒤 복도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권우성
특히 이러한 의혹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안철수·문재인 두 후보의 상승세에 밀려 답보상태인 시점에서 나왔다. 그래서 더욱 의구심이 든다. 게다가 새누리당이 극심한 내부 갈등을 겪고 있는 와중에 나왔다. 이는 무얼 의미할까?
'북풍'은 해방 이후 이승만·박정희 독재정권 하에서 선거철만 되면 '지역감정'과 함께 어김 없이 등장했던 단골메뉴 중 하나다. 대부분은 보수정당에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냈다. 그후 1987년 13대 대선을 불과 13일 남겨두고 터진 '대한항공 858기 공중 폭파 사건'은 대표적 케이스다. 하필 선거를 코앞에 두고 터진 사건은 '북한의 테러'로 결론이 나면서 보수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민주화 운동이 정국을 뒤흔든 가운데 타올랐던 수평적 정권교체 불씨도 금세 사그라지게 만든 거대한 '북풍'은 당시 노태우 민정당 후보에게 큰 승리를 안겨줬다.
14대 대선에서도 선거기간 내내 야당인 김대중 후보는 이른바 '빨갱이' 공격에 시달렸다.
1996년 15대 총선에선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다시 북풍이 불거졌다. 박격포를 동원하고 총격전을 벌이는 등 북한의 판문점 무력시위가 하필 선거를 앞두고 발생해 '안보위기'가 급부상했다. 당시에도 집권당인 신한국당의 승리로 끝났다. 이때마다 <조선일보> 등 보수신문들은 '북풍'을 주요의제로 부각시키는데 주저하지 않고 앞장섰다.
그러나 1997년 '총풍 사건'을 계기로 안보문제가 '조작됐을 수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북풍'은 위력을 잃기 시작했다. 특히 2000년 이후 남북관계가 진전되면서 '북풍'의 위력은 예전만 못해졌다. 2002년 16대 대선을 앞두고 '북핵 위기'가 불거졌지만 야당인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당선됐다. 이어 2010년에는 '천안함 사건'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생했지만 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6·2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북풍을 이긴 역풍이 불었다"는 평가가 나왔을 정도다.
지난 4·11 총선을 앞두고도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와 '서울 불바다'가 포털 검색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북풍'이 거세게 불었지만 선거에 영향을 크게 미치지는 못했다.
더욱이 분명한 것은 새누리당과 보수신문의 'NLL 녹취록 의혹' 제기와 '북풍' 공세는 앞뒤가 뒤바뀌었다는 점이다. 새누리당과 정 의원은 의혹제기에 앞서 주장의 근거를 먼저 밝히는 게 도리다. 정 의원의 녹취록 주장에 대해 정부 관계자도 존재를 알지 못한다고 했다. 당시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전 통일부 장관, 전 국정원장, 전 청와대 안보실장도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비밀 녹취록의 존재를 전면 부인했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이 된다. 상식적으로 먼저 문제를 제기한 쪽이 입증 책임을 져야 하는 게 마땅하다. 특히 폭로 당사자인 정 의원은 언제, 어디서, 누구를 통해, 어디에 보관되어 있는 자료를 봤는지 구체적으로 밝힐 책임이 있다. 그러지 않으면 '거짓 공세', '억지 논리'를 앞세운 해묵은 '북풍' 카드란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