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성장애 1급인 14살 쌍둥이 한결이와 한길이, 그리고 엄마 우진아씨
추연만
엎지르고, 부수고, 쏟고, 넘어지고, 부딪치고, 구르고, 다치고... 잠시만 눈을 떼도 사고를 치는 아이들이었지만 엄마는 과감하게 외출을 시도했다. 자폐성장애아 교육에 외부자극이 큰 도움이 된다는 전문가들의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쌍둥이들에게 필요하다면 남의 시선 따위는 두렵지 않았다.
"똑바로 서서 걷지를 못했어요. 항상 몸을 흔들면서 비틀비틀 불안하게 걷고, 손을 놓으면 위험한 것도 모르고 차도로 뛰어들고... 손에 쥐가 나도록 붙잡고 다녔어요. 한 손을 잡으니 다른 손으로 이것저것 만지고 쓰러뜨리고 해서 한 줄 기차를 만들어 다니기도 했죠. 슈퍼마켓에 가면 손에 잡히는 것마다 잡아 뜯고 가지고 나와 10만 원 넘게 계산하는 건 보통이고요. 물론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칠 때도 있었어요. 대 놓고 '애 교육을 저 따위로 시키느냐' '장애가 있는 애들을 왜 데리고 다니느냐'라며 욕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그때그때 이해를 구했어요. '우리 아이가 장애가 있어서 그런다'고요. 그리고 '규칙이나 예의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자폐'라고요."쌍둥이의 상태가 이 정도였지만, 병원에서 정식으로 장애진단을 받게 된 것은 7살경이었다. 오진을 우려했기 때문인지 의사는 '발달지연'이라며 "기다려 보자"는 말만 계속했고, 쌍둥이는 7살이 돼서야 비로소 자폐 판정을 받았다.
"의사가 원망스럽더라고요. 차라리 처음부터 장애라고 했더라면 희망을 가지지도 않았을 텐데 '지연'이라고 하니 한 가닥 희망을 품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때부터 들어갈 학교를 알아봤어요. 통합교육이 필요한 건 알았지만 한결이 한길이는 발화(發話)도 안 되는 상태라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학교 생활 자체가 어려웠거든요. 엄마라도 도와줘야 하는데 쌍둥이다 보니 둘을 동시에 어떻게 할 수도 없었죠. 그래서 장애인으로 살아갈 최소한의 생활훈련을 받는 쪽을 택했어요. 대신 통합교육 부분은 제가 책임지기로 했지요."쌍둥이들을 특수학교에 보내는 데도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한 번은 아이들의 입학을 상담하기 위해 집 근처 특수학교를 찾았다가 장애아들을 대하는 교사들의 강압적인 태도에 놀라 도망치듯 돌아오기도 했다고. 통학 거리와 환경, 그리고 아이들의 특성을 모두 감안해야 하는 장애아들의 입학. 고민 끝에 엄마는 집에서 조금 멀어도 안심하고 아이를 보낼 수 있는 육영학교(장애인특수학교)에 입학원서를 냈다.
"장애아의 자위행위, '못된 행동'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