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바꾼 반전의 역사> 겉표지
지식의숲
<조선을 바꾼 반전의 역사>는 광해군 폐위 또는 인조반정처럼 당시는 물론 훗날까지, 당사자는 물론 주변사람들이나 주변국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친, 그야말로 조선을 뒤흔든 조선시대 중요한 역사 사건 30가지를 '만약'이라는 가정으로 사건을 둘러싼 다양한 측면을 들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오마이뉴스>를 비롯하여('김종성의 사극으로 역사읽기'를 연재 중) 문화재청 헤리티지채널 등 다양한 매체에 역사물을 연재하는 김종성 시민기자.
이 책에는 '광해군의 실각, 청나라의 중국 정복을 돕다', '선조의 콤플렉스, 조선왕조를 유지시키다', '임진왜란, 여진족의 중국 제패를 돕다' 등 광해군이 어떻게 왕이 되었고, 왜 그토록 독살의 위험에 신경을 곤두세워야만 했는지, 광해군 폐위 후 조선은 어떤 변화를 겪고 인조반정이 조선과 주변국들에게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등을 알 수 있는 글이 여러 편 실려 있다.
광해군이 독살의 위험을 느끼며 매사 신경을 썼던 이유는 당시 조선의 실질적인 지배층 대부분이 명나라를 지지하고 있음에도, 광해군이 이런 명나라보다 그들이 오랑캐라며 하찮게 여기며 멀리하는 여진족을 사실상 지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광해군 재위(1608~1623년) 당시 금(후금)나라를 세우는 여진족은 훗날 조선왕실이 광해군과 소현세자를 죽이면서까지 그토록 지지해 마지않았던 명나라를 비롯하여 주변의 몽골과 위구르, 티베트 등을 정복하는 강대국이 되고 중원을 차지하게 된다. 여기서 만약의 가능성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만약에 광해군이 폐위되지 않았다면 여진족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래도 여진족이 이처럼 번성할 수 있었을까?'
반정으로 왕이 된 인조는 보위에 오르자마자 친명을 표방한다. 인조의 이런 선택은 결과적으로 정묘호란(1627년)과 병자호란(1637년)을 부르는 원인이 되고 만다. 인조 재위 4년과 14년에 각각 일어난 이 두 전쟁은 광해군이 사실상 지지한 여진족이 세운 후금(1616~1936)과 청나라(1636~1912)가 명나라와는 손잡고 자신들에게는 맞서는 인조정권에 대한 보복차원으로 일으킨 전쟁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만약 광해군이 인조반정으로 폐위되지 않았다면,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당연히 삼전도의 치욕도 겪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여진족이 중원을 점령하는데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른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외국을 침공할 명분이 없으면 함부로 침공할 수 없는 바, 여진족으로선 자신을 지지하는 광해군이 권좌에 있는 한 조선을 침략할 명분을 만들기 힘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조선은 광해군을 폐위시켰기 때문에 여진족을 한반도로 끌어들여 무릎까지 꿇는 일을 자초하고 만 것이다. 그리고 그야말로 조선이 광해군을 버린 덕분에 여진족은 훗날 몽골제국(원나라)을 제외한 역대 중국 왕조 중 가장 큰 영토를 갖게 되고, 이민족이 세운 나라로서는 가장 오랫동안 중국을 지배하게 됐는지도 모른다. 광해군 폐위가 결과적으로 동아시아의 역사를 바꾸는 중요한 사건이 되고 말았다고 할까.
동아시아 역사를 바꾼 중요한 사건 0~3시 방향이 패권 대결의 한 축이 됨에 따라 한반도의 전략적 위상이 바뀌게 되었다. 한반도를 사전에 제압하지 않고서는 0~3시 방향의 국가가 중원으로 마음껏 진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한반도를 굴복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중원으로 밀고 내려갈 경우, 배후에서 혹은 옆에서 한반도의 공격을 받을 위험이 있었다. 요나라와 금나라가 끝내 중국 정복에 실패한 것은 이들이 사전에 한반도를 굴복시키지 못했기 때문이고, 반대로 원나라와 청나라가 중국 정복에 성공한 것은 사전에 한반도를 굴복시켰기 때문이다. 10세기 이후의 구도는 광해군 시대에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광해군이 정권을 유지하고 여진족과 화평관계를 유지했다면, 그래서 여진족이 조선을 침공할 명분이 없었다면, 여진족의 중원진출도 그만큼 더뎌졌을 것이다. 그러므로 여진족 입장에서는 광해군이 제거된 것이 당장에는 불리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유리했다. 이들로서는 인조 정권 같은 친명집단이 출현해서 한반도를 좀 더 일찍 굴복시킬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조선을 바꾼 반전의 역사>에서동북공정 및 동아시아 역사연구 전문가인 저자는 이처럼 광해군과 인조 재위 당시 동아시아 패권다툼 구도와 한반도의 전략적 위치 등을 조목조목 설명해줌으로써 광해군 폐위 혹은 인조반정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한편 폭넓은 역사지식도 얻게 하고, 다양한 측면으로 역사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