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이아웃도어가 성공신화를 만든 이유는?

[서평] 장성덕 <오케이아웃도어닷컴에 OK는 없다>

등록 2012.09.25 13:59수정 2012.09.2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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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준
등산화 밑창이 닳아서 패였다. 처음 신발을 샀을 때는 절대로 닳지 않을 것처럼 튼튼해 보였는데 말이다. 이 정도로 닳는데 걸린 기간은 대략 1년 남짓. 많이 걸으면 등산화도 닳는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 전에 깨달았다.

어느 날인가, 등산화를 신고 걷는데 몸이 기우뚱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왜 그러지? 몸에 문제가 생긴 줄 알았더니 신발 뒤축이 움푹 파여 있었다. 그것도 바깥쪽으로만. 그걸 보면서 든 생각. 내 걸음걸이에 문제가 있구나, 와 튼튼해 뵈는 등산화 밑창도 이렇게 푹 파일 수 있구나.


도보여행을 떠날 때 신는 신발이 한 켤레가 아니지만 비슷한 경등산화를 새로 장만해두어야 할 것 같아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습관처럼 찾는 사이트는 <오케이아웃도어닷컴>. 사이트를 검색해서 괜찮은 제품을 찾아냈다. 후보는 3켤레 정도. 인터넷으로 검색했으니, 이제는 매장으로 가서 직접 신어보고 고를 참이다. 한데, 사이트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해당 제품들이 당산동 매장에 있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매장을 찾았는데, 아뿔싸 없단다. 내 착오였다.

그렇다고 빈손으로 돌아온 건 아니다. 대신 괜찮은 제품을 찾아냈고, 구매했다. 가볍고, 편안하고, 보기 좋았다. 이 정도라면 봄·여름·가을 세 계절에 충분히 신을 수 있을 것이다.

본격적으로 도보여행을 시작한 뒤, 오케이아웃도어를 애용하고 있다.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나 도보여행을 하는 이들, 자전거를 타는 이들이 즐겨 찾는 사이트이자 매장이 바로 <오케이아웃도어닷컴>일 것이다. 나 역시도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가장 먼저 <오케이아웃도어닷컴>을 검색한다. 내가 갖고 있는 도보여행에 필요한 물품 대부분 이 곳을 통해서 구매했다.

스틱, 등산화, 헤드랜턴, 무릎보호대 등등. 물론 꼭 이곳에서만 산 것은 아니다. 국내 유명 브랜드 아웃도어 매장에서 구매한 제품들도 제법 있다.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아서 그렇지. 물론 이건 개인의 취향 문제다.

지난 일요일, 오케이아웃도어매장에서 나는 신발을, 동행한 남편은 고어텍스 재킷을 하나 골랐다. 계산을 하는데 매장직원이 책 한 권을 내민다. <오케이아웃도어닷컴> 장성덕 대표가 쓴 <오케이아웃도어닷컴에 OK는 없다>였다. 구매고객에게 책을 증정한다는 거였다. 책 선물이라면 늘 솔깃해하는 내가 거절할 리가 없었다. 이 책, 출간되었을 때부터 화제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장성덕 대표의 성공신화 때문이다. 그래서 한 번쯤 읽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던 참이었다.


솔직히 누군가의 성공기를 읽는 것,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책 대부분은 성공 스토리를 과대포장해서 소비시키면서 성공만이 이 사회에서 추구해야 할 가치라고 세뇌시키기 때문이다. 가끔 그렇지 않은 책들도 있지만, 어쨌든 내 취향은 아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그것만은 아니지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것은 내가 자주 이용하는 아웃도어 회사의 성공스토리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책 표지에 상당히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이 씌어 있다. '3700만 원으로 시작해 매출 2000배 신화를 이룩한, 독종 사장의 인생승부사'라고. 그걸 보니 재벌 위주로 편재된 사회에서, 대기업 위주로 유통산업이 돌아가는 사회에서 고작 10년 만에 '눈부신' 혹은 '깜짝 놀랄 만한' 성공을 이룬 비결이 궁금해지는 건 당연했다.


장사 혹은 사업을 시작하거나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삼성이라는 대기업에서 근무하다가 체질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 과감히 때려치운 뒤 사업을 시작해 성공한 장성덕 대표는 대다수의 직장인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요건을 두루 갖췄다고 할 수 있다. 누구라도 장 대표처럼 성공하고 싶은 욕심과 열망이 가슴 속에 숨어 있을 터.

한데 책을 읽어보니, 이 남자 정말 지독하다. 성공할 수밖에 없겠다. 철저하게 자신만의 확신을 지니고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런다고 누구에게나 '성공'이 데굴데굴 굴러와 주는 건 아니지만.

배울 점, 무지 많다. 사업을 하는 이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위기와 시행착오를 두루 겪었지만, 자신이 추구해야 할 목표는 끝까지 놓치지 않고 추구하면서 발판을 만들었고, 성공했다. 대단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든 생각은 이 남자, 정말 머리가 좋다는 것.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것들을 생각하고, 그것을 실현했다. 철두철미하다고나 할까.

위즈덤하우스
그가 회사를 그만둔 것은 1999년, 이듬해인 2000년 3700만 원을 투자해 <오케이마운틴닷컴>을 시작했다. 그리고 10년, 그가 만든 <오케이아웃도어닷컴>은 2000배 이상 성장했다. 10년이 짧은 세월은 아니지만 결코 긴 세월도 아니다. 그 사이에 아웃도어 시장에서 유명 브랜드들을 제치고 독보적인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가 파는 물건들은 돈을 주고 사온 이른 바 '사입'이라고 했다. 현찰을 주고 사니 그만큼 싸게 살 수 있어, 고객들에게 싸게 팔 수 있다는 것. 위탁판매보다 마진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장 대표의 주장이다. 물론 그만큼 위험부담이 커진다. 팔지 못하고 재고로 남는다면 이익을 잠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 대표는 다 팔 수 있다고 큰소리친다. 세상에 팔 수 없는 물건은 없다며.

그는 고객서비스는 겉모습보다는 알맹이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이트의 디자인을 보기 좋게 하는 것보다는 고객이 꼭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오케이아웃도어닷컴>의 강점이라는 것이다.

세계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 최저가 판매, 위조상품 300퍼센트 보상, 교환·환불 무료 서비스,  A/S 3년 책임 보장제 등이 우리 서비스의 핵심이자 알맹이다. - 73쪽

아쉽게도 이 회사의 '고객'인 내 마음에 와 닿는 내용은 아니지만, 고객 만족을 위해 필요한 서비스라는 점은 동감한다. 몇 해 전인가 당산점에서 스틱을 샀는데, 이게 비싼 값을 제대로 못하고 한 번 사용한 뒤 고장이 났고 서비스를 받았지만 제대로 고쳐지지 않았다. 한 번 쓰고 문제가 생겼으니 처음부터 하자가 있던 물건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갔던 기억이 남아 있다.

최저가 판매 역시,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가격 비교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으므로. 물건을 싸기 때문에 사는 건 아니다. 싼값은 선택 기준의 여럿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당연히 내 경우에 한해서다.

오케이아웃도어닷컴은 폴크스바겐 같은 거대기업보다 포르셰 같은 강소기업을 추구한다. 보통 기업을 평가할 때 매출 규모를 많이 따진다. 매출액이 클수록 큰 기업으로 인정받고 은행에서 자금을 대출받을 때도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많이 팔아도 순이익이 늘지 않는다면 속빈 강정이나 다름없다. 외형만 큼 거대기업보다 작지만 확실하게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훨씬 매력적이다. - 102쪽

장성덕 대표의 마인드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사원 1인당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했다고 밝힌다.

재고관리를 철저히 해서 새는 구멍을 막기 위한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 이익을 극대화시켰다고 한다. 업무 매뉴얼을 정확히 만들어서 업무의 효율성을 높였다. 사람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하게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의 성공의지는 정말이지 대단하다. 성공을 확신하고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는 그 치열함은 감탄을 거듭하게 한다. 그는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더 높고 큰 성공을 이루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때문에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하고, 새로운 도전을 즐긴다.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한 것을 보면 표지에 쓴 것처럼 '독종'임이 분명하다.

나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다. 내가 늘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의 모습이다. 하지만 미래의 모습을 미리 규정하지는 않는다. 상황은 언제나 달라질 수 있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모습으로 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성급하게 미래의 모습을 단정 짓지 않고, 항상 다른 가능성을 열어둔다. 나에게는 계속 변화, 발전해야 한다는 분명한 원칙이 있다. 변화하지 않고 멈춰  있는 회사는 죽은 회사와 같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성장하기를 포기하고,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만큼 불행한 존재는 없다. - 281쪽

이런 그가 '아웃도어 시장의 절대 강자'를 꿈꾸는 건 아주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책을 읽고 있노라면 너무 성공에만 매몰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가 생기기도 한다. 독선과 아집으로 읽혀지는 부분이 있기에. 물론 내가 걱정할 이유는 없다.

그는 분명하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회사를 꿈꾸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므로, 올바른 선택을 하면서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러기를 기대한다.

오케이아웃도어닷컴에 OK는 없다 - 5평 오퍼상으로 시작해 매출 2,000배 신화를 이룩한, 독종 사장의 인생승부사

장성덕 지음,
위즈덤하우스, 2010


#오케이아웃도어닷컴 #장성덕 #성공 #도보여행 #등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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