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월 주택용 전기사용량 및 전기요금
오마이뉴스
한전의 누진제 개편안이 발표되자 많은 언론들은 오히려 저소득층의 전기요금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정부도 다르지 않았다. 서민층 보호와 전력 과소비 억제 및 전력 수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한전의 개편안을 일축했다. 그러나 이 논리는 참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다. 현행 100kWh 이하로 적용되는 누진제 1단계를 끌어 올리고 (2011년 가구별 평균 사용량은 240kWh임), 누진제 단계를 3단계로 낮춘다면 누진제 개편으로 저소득층 부담이 늘어난다는 우려는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
주택용 전기수입의 총액을 보전하면서 누진제를 손보려고 하니 당연히 낮은 단계 누진 대상자의 요금인상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한전의 누진제 개편 방안에서 저소득층 요금 인상이 걱정된다면, 흑백 TV와 소형 냉장고가 전부이던 20,30년 전 전기 사용량 기준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옳은 일이지, 누진제 완화 방안 자체를 시비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 주장에는 함정이 또 있다. 정부는 누진제가 완화되면 일부 재벌처럼 일반인의 약 150배(월 3만4000kWh) 전기를 사용하면서 월 2400만원 전기요금을 내는 상위 1% 사람들이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누진제만큼 사회 정의를 반영하는 제도도 없는데 누진제가 완화되면 결국 상위 1%가 가장 큰 혜택을 본다는 논리다. 그런데 이 역시 앞뒤가 뒤바뀐 비약이다. 8월 전기사용량 및 전기요금 부과에서 보여주듯 4.5.6단계 누진 대상자는 전체 가구의 절반에 가깝다. 일반가구의 150배 전기를 쓰는 사람들, 누진제로 규제될 수 없을 뿐더러 이런 사람들 때문에라도 누진제가 현재대로 존치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
인상된 산업용 전기요금이 꼼수인 이유
올 여름 정부는 전력수급을 안정화하기 위해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절전 운동을 펼쳐왔다. 한전과 정부가 3개월 이상을 끌면서 전기 요금 인상안을 합의할 수 있었던 것도 전력 수요의 최대 피크 타임인 8월을 염두에 둔 것이라 볼 수 있다. 8월 6일부터 적용되는 주택용 전기요금 2.7% 산업용 고압 6% 인상이 확정된 이후 이를 두고 경제계에서 가장 큰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전기요금 인상으로 가장 큰 불만이 터져나와야 할 대상은 경제계가 아니라 누진제를 적용받는 국민들이다. 산업용 전력'을'을 적용받는 대규모 사업장은 6% 요금 인상이 있었다고 하지만, 24시간 중 10시간(23:00-09:00)은 주택용 누진 1단계 사용요금(kWh당 57.9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kWh당 48.2원-56.0원을 적용 받는다. 중간부하 시간대는 24시간 중 9시간. 요금은 주택용 누진 2단계 요금보다 적다. 가장 비싼 요금이 부과되는 시간은 5시간(11:00-12:00. 13:00-170:00) 그나마도 요금은 주택용 누진 3단계 사용요금(kWh당 179.4원)정도다.
하루 24시간 중 19시간을 주택용 누진 2단계에도 미치지 못하는 요금을 부과 받는 대규모 사업장들이 과연 불만을 쏟아낼 자격이 있을까? 그러나 이것도 7,8월 요금에만 적용될 뿐 봄가을이나 겨울은 더 저렴한 가격이 적용된다. 또 일요일은 24시간 가장 낮은 요금제를 적용 받는다. 여기에 더해 이번 개편안에는 9월부터 토요일에는 최대 요금 부과 시간을 없애고 중간부하 요금이 부과되는 '토요일 중간부하요금제'를 신설했다. 그러나 이는 대규모 사업장이나 대형마트 등 산업용 '을', 일반용 '을'에 적용될 뿐 영세 사업자나 자영업자가 쓰는 산업용 '갑' 일반용 '갑' 전기요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 제도가 대형 사업장과 대형건물, 대형마트을 위한 특혜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