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자로 선출된 박근혜 후보가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남소연
<중앙일보>는 이에 앞서 21일자 ''주요국 최초 여성 대통령' 될까'란 김진 논설위원 칼럼에서 "한국이 내각제라면 박근혜는 벌써 두 번 총리를 지냈을 것이다"며 "230여 년 동안 미국에 흑인 대통령은 있지만 여성 대통령은 없다. 프랑스와 러시아에도 없다. 브라질·필리핀에는 있지만 이들은 주요국이 아니다"고 크게 의미를 부여한 뒤 "과연 12월에 '주요국 최초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들 신문의 제목과 기사에선 좀처럼 비판적 보도를 찾아보기 힘들다. 줄서기 경쟁을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조선일보>는 특히 박근혜 후보를 위해 상당량의 지면을 할애했다. 다음날인 22일에도 <조선일보>의 1면과 종합면 3면의 박근혜 특집 시리즈는 계속 이어졌다. 1면 머릿기사 '50% 비박을 향한 헌화'에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21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에 헌화했다"는 기사와 함께 큼지막한 사진을 내보낸데 이어 3개 면을 특집으로 장식했다. 23일에도 특집기사를 2개면에 내보냈다.
<조선일보>는 22일 최태민 목사와 관련된 박근혜 후보의 사생활 논란을 다뤘지만 내용 자체는 최 목사의 행보와 박근혜 후보 측의 반박 등이 중심을 이뤘다. "대선후보로서 해결할 문제"라고 제기했지만 '해묵은 '최태민 의혹'…박 후보 정치적 고비마다 불거져'란 제목과 "알 수 없다", "본적도 없다" 등 반박 일색의 기사를 내보냈다.
<동아일보>도 이날 '봉하마을에 간 박근혜'란 제목의 내부칼럼 횡설수설에서 박근혜 측 이야기를 빌어 "국민대통합의 첫 발걸음"이라고 표현했다. 기사는 "살아 있을 때 둘 사이의 앙금과 관계없이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전직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는 것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이유는 없다"면서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도 박정희 묘역을 찾을지 궁금하다"고 뜬금없이 민주당을 쏘아붙였다.
이처럼 보수신문들의 지면에선 비판은 없고 찬사일색 뿐이다. 박 후보의 사진 크기와 기사의 분량만큼 야당 대선 후보에게도 적용할지 두고 볼 일이다.
이런 가운데 보수신문들이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의 딸'로 미화하는 것과는 달리 외신들은 그를 '독재자의 딸'로 잇따라 표현한 점이 주목을 끈다. <로이터> 통신사는 지난 5일 "피살당한 한국 독재자 박정희의 딸이 아시아의 경제강국인 한국을 이끌 최초의 여성이 되기 위해 7월 10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미리 준비된 대본에 의지하는 "수첩공주(notebook princess)"라는 별명이 붙여졌다고 소개하기도 하였다.
미국 통신사 AP와 프랑스 통신사 AFP도 박근혜 의원을 "독재자의 딸"로 표현해 왔다. 이밖에 <르몽드> <뉴욕타임스> 등 잇따른 외신보도에서 박 의원을 '독재자의 딸'로 소개했다.
박근혜 후보의 과거에 갇힌 역사인식 "아버지는 독재자였고, 딸로서 침묵한 나도 공범자다. 이제 아버지는 세상에 없으니 내가 그 잘못을 안고 가겠다."소련 독재자 스탈린의 딸 스베틀리나 스탈리나가 던진 메시지가 새삼 크게 다가오는 이유는 뭘까? 독재자 박정희의 딸 박근혜 후보가 5·16 군사 쿠데타를 쿠데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과 대조를 이룬다. 그는 "5·16은 구국의 혁명이었다"거나 "아버지로서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라고 얼버무리고 있다.
그러나 그건 정확한 답변이 아니다. 정수장학회 문제도 마찬가지다. 최필립 이사장은 박 전 대통령의 비서관 출신이자 박 후보는 최 이사장 직전에 장학회 이사장을 지냈다. 수억원의 연봉도 받았고, 최 이사장이 박 후보에게 수천만 원의 후원금을 낸 사실도 밝혀졌다. 자신과는 상관없는 공익재단이라는 입장만을 되풀이 할 문제가 아니다.
박 후보는 "과거는 묻어두자"고 곧잘 말하지만 이는 대통령 후보가 할 소리는 아니다. 그 과거는 여전히 우리 사회를 강력하게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수신문들과 우리 사회의 보수층은 박정희 개발독재의 향수에 빠져있다. 박정희의 딸 박근혜 후보의 높은 지지율도 상당부분 이에 기인하고 있다.
여전히 유신독재의 망령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누구 때문에, 무엇 때문에 이 문제만 나오면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일까? 분명한 것은 과거는 묻어두는 게 아니라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반성하고 성찰하고 극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비로소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건 그리 멀지 않은 역사가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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