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들과 함께Rural Retreat : 식료품을 사러 들른 가게에서 아버지와 두 딸이 쇼핑을 하고 있었다. 아가씨들은 특이한 복장을 보고 내게 관심을 보였는데, 급기야 사인까지 요청하였다.
최성규
6월 1일 금Rural retreat, VA - Troutdale, VA 22 mile ≒ 35.4 km서풍이 강력하다. 잔뜩 흐린 하늘에서 가랑비가 쉴 새 없이 내린다. 트러트데일(Troutdale)에서 코나록(Konnarock) 사이의 최고점에 이르기 전까지 오르막길이 반복된다.
몸 상태가 좋지 않다. 괜한 욕심으로 무리했다가는 며칠 앓아 누울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남들보다 작은 증상에도 예민한 편인데 그 덕에 크게 상하기 전에 몸을 재빨리 사리는 장점이 있다.
지도를 보니 인구 494명의 마을 '트러트데일'(Troutdale)에 호스텔(hostel)과 별 마크가 그려져 있다. 별 마크는 레스토랑·식료품점·주유소·우체국·숙소 등 기본적인 서비스를 두루 갖추고 있다는 표시. 쉬어가고픈 여행자 입장으로선 반가운 정보다.
목표 지점까지는 8마일. 몸 풀기 정도에 지나지 않는 거리가 그 어느 때보다 힘겹다. 의식은 몽롱하고 육체는 해롱거린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고 하던가. 없는 힘까지 내어 고함을 질러본다. 허장성세로라도 몸이 깨어나기를 기대해보지만 도무지 힘이 나지 않는다.
고개를 넘자 스미스 카운티(smyth county)와 이별하며 그레이손 카운티(grayson county)로 접어든다. 동시에 신나는 내리막길이다. 아래에서 신천지가 나를 기다린다.
뭐야? 없다. 영업 중이라던 레스토랑은 'closed' 안내판만 붙은 채 숨을 죽이고 있다. 오가는 이 하나 없는 황량한 마을. 쉴 곳이 없다. 호스텔은 과연 존재할 것인가.
실망으로 더욱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마을 안쪽으로 더 들어가 본다. 나무 표지판 하나가 눈에 띈다.
'Troutdale baptist church hostel, hikers & bikers welcome. straight up hill.'(트러트데일 침례교회 호스텔. 도보 여행자와 자전거 여행자 환영. 바로 언덕 위)언덕을 오르니 나무 오두막이 여러 채 보인다. 열려 있는 문 안으로 인기척이 느껴진다. 사람이다. 말로만 듣던 애팔래치안 트레일(appalachian trail) 하이커 2명이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메이플 시럽 만드는 이공계 학사, 재미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