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본 현대 자동차. 국제녹십자사 차량인 듯하다.
신은미
사실 차를 타고 평양을 다니다 보면 가끔 대우나 현대자동차가 달리고 있는 것을 볼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어떻게 한국의 차들이 여기에 있을 수 있을까'라는 놀라움과 의문, 그리고 설렘이 미묘하게 교차했다. 순간적으로 통일된 나라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오늘 평양 대극장의 벽에 LG 에어컨이 달려 있는 것을 보고 나니 더욱 더 그런 느낌이 든다. 지난해 10월 북한을 처음 여행할 때 나는 정치나 경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 방면에 문외한인 나는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 경제학을 전공한 남편 역시 북한에 대해 모르기는 매한가지. 게다가 당시 나의 관심사는 '북한의 동포들은 과연 우리와 얼마나 다를까'라는 것, 그것 하나뿐이었다.
그러나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관심의 영역을 더 넓힐 수 있었다. 열흘간 평양에서만 머무르면서 이곳 사람들의 생활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그런 가운데 떠오른 생각이 바로 '활발한 남북 경제교류'였다. 경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나 같은 아줌마도 이곳에서 어느 정도의 시간을 보내다 보니 눈에 훤히 보이는 것들이 있다.
평양의 중심에서 '경제'를 생각하다우선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어디를 가나 볼 수 있고, 또 구입할 수 있는 중국상품들이다. 나는 '이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질 좋은 한국의 상품들이 진열대의 중국제품들을 밀어낸다면 서로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휴대전화 사업만 해도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양질의 값싼 노동력. 그동안 북한에 와서 귀동냥으로 들은 바에 의하면 북한의 인건비는 월 50달러도 채 되지 않는 듯하다. 한국 돈으로 6만 원도 안 되는 돈이다. 두 배로 쳐서 100달러를 준다고 해도 월 12만 원을 넘지 않는다. 우리 기업이 해외로 나가는 이유 중 하나가 값싼 노동력 때문이라고 하던데, 세상에 이보다 더 싼 임금이 어디 있을까. 게다가 이곳 사람들은 교육을 잘 받아 일정한 수준의 교양을 갖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손재주 역시 좋아서, 하다 못해 뜯어진 옷의 수선을 부탁하면 감쪽같이 그 자리서 해결한다. 말해서 무엇하랴, 우리 민족인데. 그뿐이랴, 말 통하고 먹는 음식 같으며 정서적인 부분에서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생각에 생각을 잇다 이내 속만 상한다.
가까운 미래에 북한 사람들이 세계 각국을 활보하고 있는 멋진 한국의 자동차를, 요술 방망이같이 질 좋은 휴대전화를, 이곳 사람들도 좋아하는 맛 좋은 라면들과 과자 등을 함께 즐길 수 있길 바랄 뿐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모조리 중국 사람들이 향유하고 있는 북한의 싱싱한 수산물, 수려하고 오염되지 않은 묘향산, 금강산, 송악산, 백두산의 풍경, 싱그러운 산나물과 맛 좋은 생수들을 남쪽 사람들이 누릴 수 있게 되길 절실히 바란다. 이런 생각을 하니 가슴 한쪽이 아프게 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