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다큐멘터리 시리즈 '지구의 눈물'의 마지막 편인 <남극의 눈물>의 한 장면
MBC
2012년 2월의 어느 날, <한겨레> 신문을 읽다가 우연히 소름이 끼치는 표현을 발견했습니다. 남극을 묘사한 내용인데 이 소름 끼치는 표현을 사용한 사람은 베스트셀러를 쓴 소설가도, 국문학 교수도, 글쓰기에 단련된 기자도 아니었습니다. 김예동 극지연구소 남극대륙기지건설단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남극 제2기지 건설 사령관 격인 김 단장은 1983년 한국인 최초로 남극을 탐험한 뒤 30여 년 동안 한길을 걸어온 한국 남극 연구사의 산증인입니다. 이 분이 한겨레신문 기자에게 '처음 남극에 도착했을 때 느낌은 어땠나요?'라는 질문을 받고 다음과 같은 대답을 했습니다.
"흰색과 파란색 두 가지밖에 없었어요. 창문도 없는 C-130 미군 수송기를 타고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출발해 7시간 반을 날아서 내리니까 눈부신 세계가 펼쳐졌는데 하늘만 파란색이고 그 아래는 전부 흰색이었어요. 다른 색은 어디에도 없었지요."만약 제가 여러분께 큰 스크린에 빔 프로젝터를 이용해 남극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세 줄 정도로 표현하려면 어떤 글이 나올까요? '저기 빙하가 보입니다. 앗! 펭귄도 있네요. 밤에는 오로라가 장관이네요' 정도의 글이 나오겠지요. 절대로 '두 가지 색밖에 없는 곳'이라는 표현은 쓸 수가 없습니다.
왜일까요? 스크린의 범위를 넘어서는 곳은 남극이 아니라 대한민국이기 때문이지요. 김예동 단장이 문학가도 아닌데 이런 엄청난 표현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실 단 하나입니다. 그가 남극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직접 남극에 가니 어디로 눈을 돌려도 색깔이 두 가지밖에 없는 것이죠. 직접 본 것을 그대로 얘기했을 뿐입니다.
"여러분! 제가 한 가지 질문을 하겠습니다.""네에.""여러분은 지금 글이 나올 만한 삶을 살고 계시나요?""음… 아니요….""네에.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무한 반복되는 일상에서 그 무슨 좋은 글이 나올까요? 제가 젊은 나이에 여러 권의 책을 쓸 수 있었던 이유가 뭔지 아시나요? 막 살았기 때문입니다.""하하하하!""글을 쓰고 싶으신가요? 그러면 글이 나올 만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일상에서 벗어나 가슴이 시키는 대로 살고, 카드 할부를 돌려서라도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남들이 안 하는 짓을 하고 살아야 남들이 쓸 수 없는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요? 노파심에 얘기하지만 카드 할부로 여행을 다녀올 때는 충분히 갚을 수 있도록 과학적인 분석과 계산이 필요합니다.""크크크크. 네에."흔히 사랑을 하면 시인이 된다고 합니다. 글쓰기에서는 이 말이 정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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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피아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 등 여러 권의 책을 쓴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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