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현대자동차 그룹 사옥, 삼성전자 사옥, LG 트윈타워 전경
지금 한국사회에서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재벌개혁일 수밖에 없다. 국민경제라는 생태계 내에서 재벌의 독식이 도를 넘어섬으로써 노동자, 상인, 소비자, 중소기업 등 나머지 경제주체들이 생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유통 대기업을 규제하지 않고 상인들의 생존을 말할 수 없으며, 대기업의 하청단가 후려치기를 규제하지 않고 중소기업의 발전을 말할 수 없으며, 대기업의 독과점과 담합을 규제하지 않고 소비자의 권리 보호를 말할 수 없다. 대한민국에서 재벌을 건드리지 않고 민주화해야 할 경제영역은 거의 없다.
즉, 지금 한국사회에서 재벌의 문제는 지나친 경제력 집중에 있다. 경제력 집중이란 크게 시장 집중, 소유 집중, 일반 집중으로 구분된다. 시장 집중은 일정한 분야 또는 산업에서 일부 선도기업의 시장점유율 정도로 판단한다. 일부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과도할 경우 독과점이 심화될 수 있다. 소유 집중은 기업의 의결권 주식이 특정인에게 집중되어 있는 정도이다. 총수 일가의 지배력과 관계가 있다. 일반 집중은 특정 기업이 국민경제 전체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의 정도이다.
5대 재벌의 매출액, GDP대비 56% 차지 우리의 경우 이 세 가지 집중도가 모두 높다. 가전, 자동차, 석유, 통신 등 각종 품목에서 두세 개의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벌 가족 일가가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한 기업 내에서의 영향력도 매우 높다. 무엇보다 일반 집중도가 높은데, 국민경제 전체에서 5대 재벌, 10대 재벌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하다.
2010년 기준 5대 재벌의 규모를 살펴보자. 5대 재벌의 매출은 650조 원으로 GDP 대비 56%를 차지한다. 자산은 620조 원, 순이익은 51조 원, 계열사 수는 364개에 달한다. 재벌들의 규모는 외환위기 직전에 최고조에 이르렀다가 외환위기를 겪으며 축소되었다가 최근 10년 간 급격히 회복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5대 재벌의 매출 규모는 2배, 자산 규모는 3배, 순이익은 4배 증가했으며, 계열사 수는 150여 개가 늘어났다.
이런 수치들을 보면 한국경제에는 5대 재벌, 10대 재벌만 존재하는 듯하다. 이들은 막대한 경제력 집중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한국경제를 쥐락펴락할 수 있다. 경제 뿐 아니라 정권에 훈수를 두고, 국회와 사법부에 로비를 하고, 싱크탱크와 언론을 동원해서 자신들에게 필요한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