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군사정보협정 문제를 놓고, 정부가 국민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이제까지의 패턴을 볼 때, 정부는 어떻게 해서든 이 협정에 서명할 가능성이 높다.
1965년 한일기본조약(한일협정) 체결에서 나타난 것처럼, 일본이나 미국과의 약속만큼은 어떻게든 지키는 것이 정부의 변치 않는 태도다. 그래서 미·일 양국이 한국 국민은 몰라도 한국 정부만큼은 신뢰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한일군사정보협정의 정식 명칭은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 간의 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이다. 이것은 한마디로 양국 간 비밀공유에 관한 협정이다. 한국과 일본이 비밀을 털어놓고 공유할 수 있을 만큼 상호 신뢰할 수 있는 단계가 된 모양이다.
일본과 이런 비밀까지 공유해야 할까 전문(前文)과 21개 조문으로 구성된 이 협정은, 양국 정보당국이 기밀을 공유하는 선에서만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의 협력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았다. 제8조에서는 군사정보뿐만 아니라 군사정보시설까지 개방할 수 있도록 했고, 제16조에서는 상대국의 군사기밀을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자국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제21조 2항에서는 정보당국 간의 서면 동의로 협정을 언제든지 개정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양국 간 군사협력을 훨씬 더 강화하는 쪽으로 협정이 개정될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다.
애인 간이나 부부 간에도 꺼리는 비밀 공유를 한·일 간에 허용했으니, 이 정도면 역대 최고 수준의 군사협력이라 할 수 있다. 양국이 군사기밀을 공유하고 정보시설을 개방하며 자국 국민에게까지 비밀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단군왕검 이래 일찍이 없었던 일이다.
좀 심하게 말하면 일본과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관계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왠지 꺼림칙하기는 하지만, 이런 정보협력을 강화한다고 해서 곧바로 국익이 손상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이 정보를 빼내가는 만큼 한국도 얻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어떤 조건 하에서 비밀을 공유하느냐 하는 것이다. 불리한 조건 하에서 비밀을 공유하는 것이라면, 비밀을 공유하면 할수록 국익의 손상이 가속화될 것이다. 반면에, 유리한 조건에서라면, 비밀을 공유할수록 한국의 이익이 배가될 수 있다.
그러므로 지금 어떤 조건 하에서 한일정보협정을 맺으려 하고 있는가를 먼저 검토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의 군사협력에 관한 역사적 사실들이 이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해 줄 것이다.
한민족에게 주도권이 있던 적은 딱 한 번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