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는 비구니 스님들에게 밥이 아니라 쌀로 시주를 한다. 이렇게 시주받은 쌀은 가게에 팔아 간식을 사먹거나 필요한 학용품 구입에 쓴다.
깔레아니
뚜날디는 친족(族)이라고 하는 미얀마 소수민족 출신이고 양곤에서 1박2일이 걸릴 만큼 멀리 떨어진 야카인 지역이 고향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먹고살기 어려워지자 엄마는 주지스님을 따라가라고 하며 동생들과 함께 뚜날디의 머리를 밀어 보냈다. 그러나 뚜날디의 사원 생활 첫해에는 베개가 마를 날이 없었다.
그때까지 자기네 언어인 친족 언어만 쓸 줄 알았지 국어인 미얀마어는 까막눈인지라 사람들과 말이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사원의 낯선 규율과 공동체 생활은 힘들기만 했다. 맏딸이지만 자신도 고작 열두 살의 어린 아이였던 뚜날디는 어린 동생들이 엄마 보고 싶다고 울 때면 자기도 함께 울었다. 지금은 친구도 생기고 사원 생활에도 적응되어 즐겁게 잘 지내고 있지만 첫 1년 동안에는 매일밤 엄마와 고향 생각으로 울다 잠들었다고 한다.
"가끔 예고 없이 엄마한테 전화가 올 때가 있어요. 그런 날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요. 그런데 어떤 날은 엄마가 안 좋은 소식을 전해주기도 해요. 그런 날은 며칠 동안 마음이 아파요." (뚜날디)"엄마요? 보고 싶지만... 같이 살 수 없는 처지라... 다음 생에는 꼭 가족이 함께 살았으면 좋겠어요." (류바땡기) 류바땡기는 뚜날디와 열다섯살 동갑내기로 민족과 고향이 같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동생들과 함께 이 곳에 온 경위도 같다. 류바땡기는 싼먀디따 사원의 최고참으로 열살 때 이 곳에서 왔다. 5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향에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엄마가 몇 년 전 양곤으로 찾아와서 만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아무래도 출가한 스님 신분이고 남매가 모두 사원에 있으니 엄마가 직접 찾아와서 만나는 식이다. 하지만 1000km 떨어져 1박2일이나 걸리는 먼 지역이다보니 차비가 많이 든다. 정말 다른 문제가 아니라 차비가 비싸서 만나러 오지 못한다. 비행기를 타는 것도 아닌데 그깟 차비가 얼마나 든다고 그러나 싶겠지만 사정이 그렇지가 않다.
공식적으로는 미얀마도 무상 교육이다. 하지만 교복이다 입학금이다 육성회비다 해서 학비 외에 들어가는 돈이 있다. 몇만 원 정도에 불과하고 미얀마 사람한테도 그리 큰 액수는 아니다. 그런데도 자녀가 많거나 가장이 없는 등의 사연으로 그 돈이 부담스러워 자식을 공립학교에 보내지 못하는 부모가 있다. 그런 부모들을 위해 사원에서 학교들을 운영한다. 사원학교는 학용품까지 일체 무료다.
그래서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이 주로 다니는 데가 사원학교다. 그렇다면 집과 가까운 사원학교도 얼마든지 있는데 왜 굳이 머나먼 싼먀디따 사원에 자식들을 보냈을까? 바로 싼먀디따 사원이 무료로 숙식까지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즉 싼먀디따 아이들은 대부분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이라는 얘기다. 자식 보낼 때 버스비가 없어 빚내 마련한 부모들도 있다. 야카인 지방에서 한 번 다녀가는 왕복 차비만 해도 공무원 한 달 월급에 육박한다. 그러니 자식들이 보고 싶어도 차비 때문에 못간다는 엄마들의 사연은 변명이 아니다.